영화는 나의 힘/쓰고 싶은 영화

[영화/여름특선]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 기타노 다케시

멜로마니 2013. 7. 19. 21:47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 기타노 다케시 │1991 │ 마키 쿠로우도, 가와하라 사부

 

 

 

작년 '영화관'에서 본 영화 중 단연 최고의 영화. 91년도 작품이지만, 지난해 여름, 영상자료원에서 특별전으로 상영을 했다. '그 남자 흉폭하다' 로 영화인생을 시작한 기타노 다케시의 3 번째 작품. 초기작이라 그럴까. 다른 작품들과는 뭔가는 달라도 다른 느낌이다. 그가 감독한 여러 야쿠자 영화와는 또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그의 영화들이 전반적으로 묵묵하고 응시하는 느낌을 가진다면, 이 영화는 그 안에 따뜻함까지 담아낸다. 그게 기타노 다케시만의 멜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이 작품엔 그가 가진 특유의 뚝뚝함이 유난히 잘 묻어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을 파고든다.

 

좋은 영화는 한 문장으로도 그 영화를 설명할 수 있다. 이 영화의 경우 그렇다. 귀여운 여자친구를 둔 말없는 청년의 묵묵한 서핑연습, 그리고 죽음이라 할 수 있겠다. 어찌보면 휑해보이는 이 이야기를 감독은 특유의 감성으로 풀어낸다. 말이 없는 주인공 시게루는 바닷가 마을에서 환경미화원이다. 그런 그가 버려진 서핑보드를 줍게되고 그걸 시작으로 묵묵하고 끝없는 서핑연습을 하는게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그런 시게루의 옆에는 묵묵히 그의 연습을 바라봐주는 여자친구가 있다. 이렇게 서핑에 빠진 시게루, 그는 지역 서핑대회에 나갈 정도로 열심이다. 언제나 바닷가에 나가있는 시게루, 그는 연습하던 중 바다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그가 사라진 바다에서 여자친구는 서핑보드에 사진을 띄워보낸다.

 

정말 별 이야기가 없다. 영화라고 하기 힘들정도로 단순한 이야기다. 그런데 왜이리 먹먹할까. 무엇이 이 영화를 그토록 진하게 만드는 걸까. 나는 그 매력을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그중 큰 매력은 '일상'을 '특별함'으로 변주시키는 다케시만의 연출력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은 평범하게 일을 하고 살아가지만 지루함이 가득한 삶이다. 그런 그는 서핑이라는 즐거움을 만나면서 인생이 변화한다. 일이 끝나면 언제나 바다에 나가 서핑연습을 하는 시게루. 그에게 서핑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다. 그저 묵묵히 처절히 연습할 뿐이다. 주변에선 답답할정도로 한우물만 파는 그를 놀리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는다. 단순무식하게 서핑에 빠진 시게루는 결국 그렇게 놀리던 사람들과 다함께 대회까지 나가게 된다. 참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스토리다. 이렇듯 다케시는 우리가 일상속에서 겪는 지루함과 무미건조함을 말없는 두 인물을 통해 독특하게 표현해낸다. 대사 하나 없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득 차있는 느낌이다.

 

그 풍부한 느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두번째 매력인 '음악'이다. 이 영화는 다른 다케시의 영화처럼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맡았다. 키즈리턴, 하나비, 기쿠지로의 여름 등 다른 작품의 음악도 함께 해왔지만 이 영화 속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여타 작품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말없는 두 주연배우들의 공간을 음악을 통해 새롭게 채워주는 것. 그래서 다케시의 어떤 영화보다 음악이 눈에 띄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조용한 여름바다에서 묵묵히 서핑연습을 하는 주인공과 그의 곁을 지키는 말없는 여자친구, 그 사이에 흐르는 음악은 한데 어울려 독특한 풍미를 자아낸다. 그리고 영화관에서 이 모든것은 하나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매년 여름마다 영상원에서 이 영화를 상영해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가져본다. 여름, 그리고 둘만의 조용한 바다. 그 특별한 이야기가 해마다 여름이 되면 그리워 질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스틸컷 ㅎㅎ

 

 

 

 

 

 

* OST 中 Silent love (Main theme)

 

 

출처 : http://youtu.be/DJaoeBUWCZ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