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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여름특선] 강시와 오락의 정석 - '귀타귀'(1980) - 홍금보

멜로마니 2013. 7. 4. 20:25

 

 

 

귀타귀 │ 홍금보 │ 1980

 

 

우린 다양한 이유로 영화를 본다. 영화 속 주인공의 삶을 보며 고민을 나눌때도 있고,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는 환상을 마주하며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한다. 영화를 보면서 심각해지기도 하고 정신없이 울고 웃기도 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참 영화는 다채로운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양파 껍질처럼 벗길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영화'라는 제 7의 예술. 우린 그럴수록 그 기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영화의 기본은 무엇일까. 그 기본을 알고싶다면 ?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이 영화 '귀타귀'를 보면 된다.

 

먼저 영화는 지금봐도 손색없을 탄탄한(?) 시나리오와 구성을 자랑한다. 자신이 모시는 나으리와 아내가 불륜인줄도 모르는 마부 창(홍금보). 불륜이 탄로날 위기에 처하자 나으리는 창을 죽일 계획을 세우고 밤마다 강시가 나타나는 산속 폐가로 유인한다. 하룻밤을 자고 나오면 돈을 주겠다는 유혹을 넙죽 받은 창은 다행히도 이런 음모를 알고 창을 도와주는 퇴마사 슈(종발)의 도움으로 살아남는다. 하지만 결국 나으리의 모함으로 감옥에 갇히고 탈출하게되는 창. 이런 전모를 알게된 창은 슈와 함께 영화의 마지막에서 나으리가 고용한 퇴마사 치엔에 대항하여 마지막 싸움을 벌인다.

 

이 영화의 매력 중 단연 으뜸은 '단순함'이다. 스토리는 어디하나 특별할 것 없이 단순하다. 그렇지만 재미있다. 뻔한 이야기를 한번 더 비틀어서 즐거움을 준다. 한 예로, 주인공 창은 폐가에서 어쩔 수 없이 강시와의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이때 퇴마사 슈는 밤이 되고 종이 칠 때마다 자리를 옮기라고 말해준다. 그렇게 무사히 위기를 넘기지만 또 다시 그 다음날 폐가에서 하룻밤을 더 보내게 된 창. 이번엔 강시를 퇴치할 달걀과 강아지 다리로 무사히 하룻밤을 보낸다.  여기서 이 영화의 오락성이 나온다. 마치 옛날 우리가 할머니에게 듣던 그런 전래동화같은 이야기들을 영화 속 곳곳에 넣어놓고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 그렇게 옛날이야기가 가미된 강시코드는 어린시절 향수를 자극한다. 그래서 언제봐도 지겹지 않은 재미를 가져다준다.

 

또하나의 재미는 배우들에게서 나온다. 어딘가 앳되어 보이는 홍금보는 바보스러우면서도 날렵한 몸놀림을 보여주고, 강시영화의 대부격인 영환도사 임정영씨는 부패한 관리로 깜짝 등장한다. 중간엔 태연스럽게 못된연기를 펼치는 우리의 우마아저씨도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착한 퇴마사로 나오는 종발씨의 연기가 좋다. 새초롬한 표정과 날렵한 무술솜씨가 일품이다. 이렇게 다양한 배우들이 각각의 개성을 뽐내는 걸 보고있으면 어느새 영화는 끝나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홍금보의 요상한(?) 동물연기는 정말 오스카 남우주연상 감이다. 보고있으면 이성을 놓고 배우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영화가 가진 원초적 성격인 '오락성'을 잘 보여준다. 뻔하고 유치한 이야기 속 배우들의 몸놀림에서 우린 또 뻔한 웃음을 터뜨린다. 그게 자꾸 이 영화를 보게 만드는 매력인 것 같다. 횟수로는 7년 째 이 영화를 보고있다. 1년에 10번 정도는 보는 것 같다. 오늘처럼 장마로 비가 몰아칠때, 내일, 모레정도는 별 걱정이 없을 때, 그리고 밤에 말똥말똥 할 때, 이 영화를 보고 혼자 미친듯이 키득거린다. 언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는 이미 다 꿰고 있어도 볼 때마다 웃기다. 그 뻔하고 투박한 모습이 할머니가 귀신이야기를 해줄때처럼 두근거리고 흥분된다. 그게 이 영화를 강시영화의 고전으로 만들어주는 힘이 아닐까 싶다. 더 나아가 영화란 것이 예술이기 이전에 즐거움,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영화를 통해 오롯이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한여름 밤을 시원하고 재밌게 보내고 싶다면, 홍금보의 귀타귀와 함께 하자!

 

 

*  이 영화가 대박을 치고 시리즈가 나왔지만, 개인적으론 그보다 귀타귀 2 - 인혁인 (1982)가 더 재미있다. 요것도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