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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한국] 연애의 민낯, 그 이중성에 대하여 -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 김해곤

멜로마니 2013. 7. 3. 23:47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 김해곤 │ 2006

 

 

별 기대 안하고 봤다가 뒤통수 제대로 맞은 영화. 개봉한지 7년이나 됐지만 감독으로는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김해곤씨와 영화쪽박보증수표(?) 김승우씨때문인지 이제서야 무료영화로 TV에서 보게 되었다. 2006년에 나는 고등학생이었구나.. 지금보다 더 좁은 세계를 가졌던 시기라 그때 봤어도 별 감흥이 없었을 테지만 지금 이 영화를 보니 여러 생각들이 머리속을 파고든다. 우리가 연애에 갖는 의문들 그리고 그 이중성에 대해 시원하고 찐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영화가 보여주는 연애, 그 민낯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고 싶다.

 

엄마의 갈비집에서 일을 하며 그냥저냥 살아가는 '영운'은 쿨하고 당찬 룸싸롱 아가씨 연아의 대쉬를 받아 연애를 시작한다. 서로 밑도끝도 없이 바닥을 보여주고 쌍욕을 해대면서도 언제 그랬냐는듯 지독하게도 잘사귀는 둘. 이들의 이력은 조금은 특이하다. 영운의 경우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약혼까지 한 여자가 따로 있고, 연아는 이혼경력에 어린 아들까지 있다. 이런 두 사람은 서로를 숨기는 것 없이 받아들이고 사귄다. 서로의 친구들과 다함께 어울리며 남들이 보기엔 막장으로 보이는 유쾌하고 짜릿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엄마의 성화로 결혼을 하게된 영운은 연아와의 관계에서 위기를 갖고 쿨한 연아는 영운을 놓아준다. 결혼해도 상관없으니 전처럼 계속 연애하기로 한다. 그렇지만 막상 결혼을 한 영운은 연애와 결혼사이에서 갈팡질팡 한다. 점점 영운이 멀어져감을 느끼는 연아는 그를 잡기 위해 협박도 해보지만 돌아오는건 그의 분노와 폭력뿐이다. 그런 그를 보며 연아는 사랑이 끝났음을 느끼고 시골 룸싸롱에서 다시 새인생을 시작한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연애의 이중성을 잘 보여준다. 남자주인공 영운은 연아와 진한 연애를 한다. 아니 진하다 못해 중독적인 연애를 한다. 서로의 밑바닥을 파고들고 거리낄것이 없는, 그런 관계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사이가 된다. 이런 모습은 연애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짜릿함과 두근거림, 그리고 나의 모든걸 공유할 반쪽을 찾는 과정과 맞닿아있다. 서로에게 파고들어 상대방을 낱낱이 파고드는 것, 그리고 내 감정도 거침없이 표현하며 싸우는 과정에서 새로운 관계가 형성이 된다. 이런 거침없는 연애방식은 나와 너의 충돌을 통해 또다른 내면의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이 된다.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해 알게되는 짜릿함. 그리고 그 모습을 함께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것이 연애의 한 얼굴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동시에 그 반대의 모습도 존재한다. 영운은 연아와 그 충동적이면서 거침없는 욕망을 나누면서도 한편으론 연아와는 정반대인 여자와 결혼을 한다. 여기서 연애의 이중성이 나온다. 연애가 연애일 수 밖에 없음을, 그리고 그것이 제목처럼 '참을수 없는 가벼움'인 것은 결혼과 대립점에 서있기에 가능하다. 결혼은 연애처럼 뜨겁지 못하다. 우린 결혼을 사랑해서라기보단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해, 괜찮아 보이기 위해 선택한다. 영운이 룸싸롱 아가씨와 그렇게 모든걸 나누지만 결혼은 불가능한 것도 이때문이다. 누군가를 통해 내 욕망의 끝을 경험해보고 싶은 것, 그런 반쪽을 만나는 것을 원하면서도 결혼을 위해 조건을 따져가며 다른사람을 찾는 모습은 우리 모두가 가진 연애의 두 가면이다. 이렇게 우린 분열될 수 밖에 없는걸까.  진짜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질 순 없는걸까.

 

이런 내 질문이 참 멍청했다는 걸 나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깨달았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영운은 떠난 연아를 찾아 시골로 간다. 룸싸롱 앞에서 술에 취해 토하고있는 연아를 마주한 그는 눈물을 쏟아낸다. 연아도 그런 영운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영화는 끝이 난다. 찐한 연애의 끝에서 만난 둘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응시하고 서로를 위해 울어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장 다 본 연애 속에서 상대방을 알아가고 자신을 알아가며 끈끈해진 감정은 결혼따위가 넘어설 수 없는 것임을, 그 둘이 서로에게 상처를 줬든 행복을 줬든 그 둘의 인생으로 남아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알게되었다. 즉, '연애' 그것은 안녕하면 끝일 정도로 가벼워보일지 모르지만 진짜 연애는 온 인생을 끝없이 흔들어댈 것임을 영화는 마지막을 통해 보여준다. 서로를 할퀴고 버렸어도 그조차 이해할 수 있는 동질감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게 될 때, 제대로 연애한 사람들은 결혼으로는 채울 수 없는 것을 얻게 된다. 그것이 아무리 가벼워도 우리가 끝없이 원하는 '연애'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 영화 속 영운과 연아처럼 '연애', 제대로 하자!

 

 

사진 출처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PhotoView.do?movieId=41511&photoId=80459&order=default&t__nil_PhotoList_photo=thumbnail#movieId=41511&photoId=80459&order=default&t__nil_PhotoList_photo=thumbn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