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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앤젤스 셰어 : 천사를 위한 위스키 - 켄로치

멜로마니 2013. 7. 14. 19:57

 

 

 

 

 

앤젤스 셰어 : 천사를 위한 위스키 │ 켄로치 │ 2012 │ 폴 브래니건, 존 헨쇼. 게리 메잇랜드, 윌리엄 루에인, 자스민 리긴스

 

 

 

 

 

' 만국의 떨거지여 단결하라 !.'

영화 끝무리에서 스코트랜드 2인조 그룹 the proclaimers의 '500miles' 가 유쾌하게 흐르는걸 보며 머릿속으로 혼자 되뇌인 말이다. 켄로치 영화를 보며 이렇게 빵빵 터진 적은 처음이다. 어느때보다 즐거웠고 유쾌했다. 그러면서도 날카롭고 예리하게 세상돌아가는 걸 보여준 그의 능력에 감탄했다. 매번 스크린으로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삶을 보여주는 그였기에, 이번엔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그의 당차고 활기찬 에너지에 큰 힘을 얻었다. 지구 건너편에서 나이 지긋이 먹은 한 감독이 들려주는 이야기. 그 이야기는 유쾌상쾌통쾌하게 세상은 변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단 한가지, '연대'만 있다면!

 

영화의 첫시작은 다소 무겁다. 폭행죄, 절도죄, 난동죄(?) 등 다양한 경력으로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4명. 그 중 주인공인 로비(폴 브래니건)은 백수에 전직 깡패지만, 여자친구의 출산 후 맘을 고쳐먹는다. 하지만 깡패질을 해온 그에게 새로운 시작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런 그에게 사회봉사 교육관이 함께 집에서 살자고 제안하게 되고, 그러면서 처음 '위스키'를 만나게 된다. 교육관은 위스키에 관심이 많기에 로비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그는 그렇게 위스키라는 세상에 빠지게 된다. 타고난 후각을 통해 그는 위스키로 먹고살 방법을 궁리하게 되고, 깡패일을 하면서 원한을 샀던 불량배들에게 위협을 당하기도 하며 어떻게 살지를 고민한다. 그러던 중 세계 최고가를 기록할 위스키 경매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사회봉사를 하는 친구 세명과 위스키를 바꿔치기 해서 돈을 벌 계획을 짠다. 이렇게 4명의 떨거지는 블록버스터급 계획을 세운 후 기가막힌 과정을 통해 성공한다. 그렇게 10만프랑에 위스키 한 병을 팔고, 로비는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여자친구, 아기와 함께 떠난다.

 

영화의 큰 흐름은 4명의 떨거지들, 그리고 위스키로 정리될 수 있다. 다 쓰러져가는 폐가같은 방에서 위스키 공부를 한답시고 술을 마셔가며 소리도 안나오는 TV에 욕을해대는 그들은 진정한 '떨거지'다. 경력도 화려해서 각기다른 이유로 법원에도 가본 그들은 딱히 바라는 것도, 그리고 딱히 하고싶은 것도 없다. 그저 술마시고 하릴없이 하루하루를 살 뿐이다. 거기에 주인공 '로비'의 경우는 조금 더 심각하다. 그는 여자친구의 출산 후 결혼해서 새출발을 하고싶어하지만, 장인은 불량배에 백수인 로비를 혐오한다. 심지어 돈을 줄테니 동네를 떠나달란 소리까지 듣는다. 깡패질을 안하고서는 앞으로의 그의 인생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그런 그를 '위스키'에게 입문시켜준 사람은 바로 사회봉사 교육관이다. 영화 내내 그는 숙소부터 하나하나 로비를 배려해주고 응원해준다. 그 힘을 통해 로비는 후각에 탁월한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조금씩 찾게 된다. 거기에 함께 사회봉사를 하는 떨거지 셋의 도움으로 최고가 위스키를 바꿔치기하자는 기막힌 아이디어까지 탄생시키게 된다. 이렇게 로비를 둘러싼 사람들은 똘똘 뭉쳐서 계획을 실행한다. 돈한푼 없는 그들이지만, 히치하이킹으로 경매장소까지 간 후 텐트를 치고 노숙한다. 그들이 가진 배짱과 저돌성은 수동적, 피동적으로 살아가는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똘똘 뭉친다면, 무작정 해본다면 안될 게 없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이렇듯 영화 전반에 유쾌함이 가득하면서도, 켄로치 특유의 풍자는 곳곳에 녹아있다. 지나가던 경찰은 스코트랜드 전통 의상을 입은 허름한 행색의 4명에게 속옷까지 들춰보며 불심검문을 한다. 바꿔치기 한 평범한 위스키를 100만프랑이 넘는 가격을 주고 산 구매자는 멋도 모르고 시음을 하며 최고를 연발한다. 상류층을 구분짓고 그들만이 향유하는 위스키는 이 4명의 떨거지들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단 두 병의 최고의 위스키, 로비는 이 중 한 병을 자신을 응원하고 도와줬던 사회봉사 교육관에게 선물한다. 타인의 사랑과 믿음으로 바뀐 인생, 로비에게 그런 사랑을 보여준 천사는 교육관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위스키는 떨거지들의 인생을 바꾸고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다.

 

그래서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 우리 각자의 삶이 아무리 피폐하고 답이 없더라도, 우리가 속한 세상이 여전히 썩어있고 기득권은 꿈적도 하지 않더라도, 켄로치가 보여준 방식이라면 세상은 조금씩 변할것이란 희망이 마음속에 움튼다. 나는 그 방식을 이렇게 정리해보고싶다. 첫째, 내 현실을 직시하자. 내가 떨거지임을 깨닫자. 둘째, 주위를 둘러보자. 나와같은 떨거지가 있다면 손을 잡자, 연대하자. 셋째, 열심히 , 명랑하게 그리고 무식하게 다 해보자.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 배짱으로 살아보자. 잃을것도 없기에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넷째, 그렇게 함께하는 떨거지들과 사랑하자. 서로를 응원하고 힘이되어주자. 이런 마인드로 앞으로의 나날들을 산다면, 두려울 것 없이 명랑하게, 긍정을 품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시궁창인 현실에서도 유쾌함과 희망은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 켄로치, 땡큐 !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상영중 !

 

 

 

 

 

* OST 中

The proclaimers , 500 miles

- 이 음악이 영화를 살려준다. 이미 다른 영화와 드라마에도 사용된 곡이지만,

 

두명의 촌시러운 쌍둥이가 이렇게 말한다.

 500마일을 걷고 또 걸어서 너에게 갈거라고.

 

무식하게 저돌적인 삶이 아름답다..!

 

 

 

 출처 : http://youtu.be/tM0sTNtWD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