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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단상] 비밀과 거짓말(1996)- 마이크 리

멜로마니 2013. 7. 28. 21:39

 

 

 

 

비밀과 거짓말 │ 마이크 리 │브렌다 블레신, 마리안느 장 밥티스트, 티모시 스폴 │ 1996

 

 

 

 

모두가 살면서 하나쯤은 갖게되는 비밀과 거짓말. 이 둘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 영화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그 둘의 경계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비밀과 거짓말이 그대로 남아야 할지, 아니면 드러나야 할지를 묻는다.

 

런던에서 검안사로 일하는 흑인 여성 홀텐스는 어머니의 장례식 이후 친어머니를 찾고싶어 한다. 입양기록을 살펴보던 중 어머니의 존재를 찾게되고 그녀가 백인이라는 것과 주소지도 얻게된다. 그녀의 어머니 신시아는 공장에서 일을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백인 여성이다. 그녀는 젊었을 때 실수로 갖게된 또다른 딸 록산느와 함께산다. 록산느는 환경미화원 일을 한다. 그런 딸을 보며 강박적으로 잔소리를 하고 남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신시아는 모녀관계를 악화시킨다. 여기에 또 다른 한 가족, 신시아의 남동생인 사진사 모리스가 있다. 모리스는 남들의 행복한 순간을 찍어주며 돈을 벌지만, 모리스와 아내의 사이는 썩 좋은편은 아니다. 이런 모든게 엉켜, 록산느의 21번째 생일 폭발해버린다. 신시아는 자신이 입양보낸 딸 홀텐스를 친구라고 거짓말하며 록산느의 생일파티에 데려오고, 파티가 끝날무렵, 그자리에 있던 모든사람에게 사실을 고백한다.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록산느 그리고 신시아의 남동생 모리스.. 이 비밀 고백의 충격은 온 가족에게 전달되고, 급기야 모리스는 그의 아내가 불임이며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비밀까지 털어놓는다.

 

이 영화는 런던의 한 가족을 통해, '가족'이라면 가지게 되는 비밀과 거짓말의 사이를 잘 보여준다. 각자가 아닌척 포장하고 살지만 결국은 밝혀지게 되는 진실들.. 그것은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할 현실이기도 하다. 현재와 미래를 부정하고 하루하루 늙어가는 신시아, 그녀에게 나타난 흑인 딸 '홀텐스'. 그녀는 이 사실 역시 부정하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홀텐스와 가까워지게 되고, 록산느와의 관계에선 느낄 수 없었던 끈끈한 정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녀의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 록산느는 엄마의 이런 이야기에 충격을 받고 처음엔 혐오감을 갖지만, 파티의 끝에서 모두가 비밀을 털어놓을 때 엄마를 받아들이고 가족을 인정하게 된다. 비밀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해왔던 시간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순간이다.

 

그래서 가족에 있어서의 비밀과 거짓말은 어떤 의미일까? 각자의 인생에서 숨기고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우린 가족이란 관계에서도 종종 그것을 가리고 은폐한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그것엔 한계가 온다. 신시아와 모리스 두 형제가 그랬던 것 처럼, 감춰왔던 비밀들은 거짓말로 영원히 가려질 수 없다. 그것이 그렇게 감춰진채로 지속된다면, 가족이란건 감정은 향유하지 못한 채 공간만을 함께하는 사이가 될 것이다. 자신이 진실을 알았을 때의 두려움을 겪기 싫어 가족의 비밀을 알고싶어 하지 않는 것. 그리고 가족의 거짓말을 애써 위안삼는 것은 우리가 종종 마주하는 현실이다. 그렇지만 영화 속 신시아처럼 가족에게 자신의 비밀을 고백할 용기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동시에 신시아같은 가족 누군가가 비밀을 털어놓을 때, 마음을 열고 들어주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될 때 '가족'이란 공동체는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를 마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브렌다 블레신' 의 명연기에 감탄했다.. 앤드류 닉슨님의 음악도 탁월하고.. 정적이면서도 몰입도를 만드는 마이크리의 연출감각도 눈에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