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보자/경험

[기록] 일일 출퇴근 4시간 X 365일 = ?

멜로마니 2020. 9. 25. 18:59

 

올해 가장 뼈저리게 느낀건 시간이 돈이라는 것.

 

결혼 전. 서울 부모님 집에서 출퇴근을 하면 왕복 1시간~1시간 20분 정도가 걸렸다. 따릉이를 타면 총 1시간 반 정도였으니 각종 기사들 속 출퇴근 지옥은 와닿지 않았다. 

 

결혼 후. 업무 강도가 높은 마르꾸스 회사 쪽에 신혼집을 잡으면서 서울이 아닌 수도권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버스, 지하철, 도보이동 다 포함해 왕복 4시간의 거리. 피로도를 최대한 줄이려 회사 유연근무제도를 활용해 러시아워를 피하고 있지만 6개월쯤 지나니 체력이 바닥나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렇게는 더이상 다닐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첫 번째 돌파구는 '운전'이었다. 서울에서는 대중교통만 이용해도 충분해 지금까지 면허가 없었던지라 부랴부랴 운전면허부터 땄다. 자동차, 운전에 한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내가 이렇게 운전까지 배우다니.. 출퇴근 4시간은 날 주말까지 반납해가며 면허를 따게 만들었다. 하지만 면허를 따고 차를 보러다니면서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운전은 결국 또 내가 해야하니 매일 피로도가 쌓이는건 더 심해지겠구나 싶었다.

 

그리하여 찾은 두 번째 돌파구는 '이사'였다. 마르꾸스 회사 셔틀 중 서울 노선이 있는걸 확인하고 그 라인을 중심으로 살 집을 찾기 시작했다. 올해 부동산 대란과 맞물린 시점이었다. 이 과정에서 우린 처음으로 공동의 선택을 했다. 이 타이밍에 우리가 사는 집을 얼마에 내놓는게 맞는지, 그리고 살 집을 얼마에 사는게 맞은지. 그 과정에서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이 많아 수없이 대화했고 타협점을 찾아 마침내 부동산을 사고 파는 경험을 했다. 그 몇개월의 과정은 나에게 '간절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라는 말을 온몸으로 배울 수 있게 해줬다. 출퇴근 4시간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모든걸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11월이면 출퇴근 4시간을 하는게 1년이 된다. 코로나 덕분에(?) 재택 근무가 늘어 그래도 부담은 줄었지만, 지하철과 버스틀 타고 4시간을 통근할때면 이유없이 지치고 기운이 빠진다. 하지만 11월이면 다시 서울로 간다! 그날만 바라보며 버티는 중이다.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느낀 생각과 경험은 서울 이사 후 따로 남겨 마르꾸스와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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