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읽자/독서노트

[인문] 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

멜로마니 2013. 5. 25. 18:34

 

 

 

 

 

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 │ 사계절

 

 

 

 

 

작년에 내가 이 책을 만났다면.. 내 삶이 조금은 달라져 있을 것만 같다. 정신적으로 메말랐던 시간을 누군가를 통해서도 채워지지 않았던 그때 이 책을 만났다면, 따분함과 지루함만 가득했던 인생에서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이 책은 삶을 생기있게 만들어준다. 내가 맞닥뜨리는 삶의 어려움과 순간 순간의 괴로움들을 어떻게 응시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다시 한 번 왜 삶에서 철학이 중요한지를 느낀 시간이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끝맺는다.

 

" 그렇지만 어떤 식으로 읽든지 잊지 말도록 하자. 정직한 인문정신이 건네는 불편한 목소리를 견디어낼수록, 우리는 자신의 삶에 더 직면할 수 있고, 나아가 소망스러운 삶에 대한 꿈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책에서 던지는 48가지의 질문들은 모두가 한 번쯤은 의문을 가졌을법한, 그러면서도 꺼려했을 물음들이다. 저자는 이 질문들을 '나', '나와 너'. 그리고 '나 너 그리고 우리를 위한 철학'으로  나눈다. 뜻하지 않게 태어나서 삶의 루틴을 쫓아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이 세 가지 중 하나조차도 제대로 고민해 볼 시간이 없다. 그렇게 우리는 삶을 의지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세상에 끌려 살아진다. 거기서 오는 공허함, 고독 그리고 우울감은 어떤것으로도 치유될 수 없다. 오직 '나'라는 존재가 고민하고 응시할때만이 또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삶이 가지는 불안정과 우연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 안을 들여다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이야기를 이 책이 해준다.

 

책이 던지는 물음들 중에서도 특히 꽂히는 몇 가지 주제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자유인'이라는 화두였다. 자유인으로서의 삶은 세상의 생각속에서 살아지는게 아닌, 내 스스로 질문하고 사유하면서 찾아가는 과정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렇게 자유인으로 살아갈 때, 내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시련과 어려움이 와도 피하지 않고 고민하여 이겨나가는 힘을 가지는 것이 자유인의 조건임을 알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사유하고 공부해야한다. 특히 저자는 '사유의 의무'라는 주제를 놓고 여성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이야기를 한다. 유대인 학살을 담당했던 관료 '아이히만'을 재판하는걸 지켜본 한나 아렌트는 그의 평범함에 충격을 받는다. 본인은 단순히 상부의 명령을 받아서 했을뿐이라는 기계적인 대답과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그를 보며 그녀는 '사유'에 대해 고찰한다. 그리고 사유는 권리가 아닌 '의무'임을 강조한다. 사유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며 가치판단의 오류를 저지르는 우리 사회 속 군상들이 떠오르던 순간이었다.

 

책을 재미있게 읽은 후 덮어보니 '철학자'가 무엇인가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다. 철학자란 우리가 의문은 품지만 먹고사는 일에 바빠 고민하지 못하는 부분들,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기 나름의 해석을 던져주는 현자들이란 생각이 든다. 시공간을 건너 스피노자, 장자, 니체 등 그들이 고민해왔던 문제들이 지금의 현실에도 우리들에게 큰 자양분이 되어준다는 것에 신비로움마저 느낀다. 그래서 이 책은 인간으로 태어나 '나'와 '삶'이라는 것에 물음을 던지는 철학자들의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귀울여보고 싶게 만들어 준다. 앞으로도 저자가 제기하는 화두를 생활 속에서 고민해가며 조금씩 나름의 대답을 찾아갈 것이다. 특히 관심가는 주제들은 뒷편에 관련 추천도서가 잘 정리되어 있어 다 읽은 후에도 다른 책들을 참고하여 고민해 볼 수 있어 좋다. 무기력, 불안 그리고 우울에 빠진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삶을 응시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