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읽자/독서노트

[문학] 목로주점(L'Assommoir) - 에밀졸라, 유기환 옮김

멜로마니 2013. 4. 7. 12:12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후, 이번주 소장용 도서로 구입했다. 여러 이유가 있을테지만 제일 큰 이유는 '번역'때문이었다. 문학작품의 경우, 출판사마다 시리즈와 번역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책들을 비교하여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는것이 중요하다. 이 책의 경우엔 '열린책들'의 유기환 교수님의 번역이 탁월하다는 생각에 구매를 결정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시 한권당 7000원도 안되는 턱없이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에밀졸라의 '목로주점'은 두고두고 읽을 수작이기에, 앞으로 꾸준히 읽게될 것 같다. 이 책의 뒷부분 역자후기에 에밀졸라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상세하게 실려있으니, 에밀졸라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프랑스 문학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더없이 좋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제목 '목로주점'은 주인공 '제르베즈'와 그의 두번째 남편 '쿠포'가 술을 마시는 동네 싸구려 술집 이름이다. 제르베즈는 랑티에와 어린나이에 결혼 후 아이를 낳지만, 남편은 술집 여자와 도망가고 그 후 홀로 파리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던 중 두번째 남편 '쿠포'를 만나 재혼한다. 가난하지만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그녀는 구제부인과 아들의 도움으로 세탁소를 차리게되고, 열심히 일을 한다. 그렇지만 술에 빠져 중독자가 된 쿠포와, 불청객 전남편 랑티에의 출현으로 점점 제르베즈의 인생은 하강곡선을 그리고, 세탁소마저 망해 하루하루 일용직으로 살아가는 그녀는 남편 쿠포의 죽음과 딸의 가출 후 홀로 가난과 무기력에 빠져 죽음을 맞는다.

 

목로주점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노동자의 삶'이다. 이 작품이 중요한 이유는 '최초의 민중소설'이라는 그 의의에서 나온다. 에밀졸라는 이 책에서 직접 노동자의 언어를 사용하여 그들의 삶을 그려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파리의 거리와 동네는 실제 파리의 빈민가와 하층민들이 살던 곳을 배경으로 하고있고, 작가는 직접 그들을 관찰하며 책을 참고하여 그들의 언어를 담아냈다. 책을 읽다보면 한국어지만 그들의 언어가 여타 문학의 언어들보다 강하고 자극적임을 알 수 있다. 그런 대화들 속에서 살아가는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비참하고 어둡다. 1850년부터 1969년까지 제르베즈의 삶을 다룬 이 소설은 하루하루 노동력을 팔아 살아가는 하층민들의 반복된 일상, 그리고 그 안의 비참함을 치밀하고 세세하게 그려낸다.

 

또 이 소설은 다른 소설들과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단순히 그들의 삶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자연주의' 사조아래 인물들의 삶을 그려내기 때문. 작품 속 주인공 '제르베즈'는 일반적 여성이 아니다. 그녀는 이혼을 당하고, 자식을 혼자키우면서도 비련의 여주인공들 처럼 슬퍼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쿠포의 끝없는 애정공세로 두번째 결혼을 하지만, 그 후부터 그녀는 남자보다는 일에 매진하고 착실하게 살아간다. 그러던중 엉겁결에 첫 남편 랑티에와 지금의 남편 쿠포, 그리고 쿠포와의 딸 나나와 함께 살게되며 그녀는 점점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쿠포가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날마다 랑티에의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자는 것. 그런 모습을 본 나나는 후에 가출을 해 나이 많은 남자와 살게되고, 랑티에는 제르베즈의 돈이 떨어지자 또 다른 여자를 찾아 떠난다. 그렇지만 제르베즈는 슬퍼하거나 미련을 두지 않는다. 그저 점점 더 게을러지고 술에 빠질 뿐이다. 작가는 여기서 나오는 제르베즈의 비참함을 그녀의 태생과 환경적 이유로 그려낸다. 제르베즈가 대대로 물려받은 신경증이 힘겨운 생활들과 결합하여 그녀를 알콜중독, 게으름등에 쉽게 무너지게 만든다. 에밀졸라가 주목했던 '자연과학적 방법의 문학에의 적용'이 여실히 들어나는 부분이다.

 

종합해보면, 이 작품은 19세기 프랑스 도시 노동자의 비참한 생활을 그들의 환경과 태생에 기초하여 과학적인 접근을 하는 동시에, 하층민의 하루하루를 세세하게 그려냄으로써 당시 민중의 삶의 이면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정말 책 속엔 그마다 또 하나의 큰 세상들이 담겨있다는 것을.. 그게 고전의 힘이고 상상력의 힘이라는 것을.. 목로주점의 경우, 읽은 후 뽑아낼 재미있는 요소들이 무궁무진하다. 그에 대해선 책 뒷부분의 역자후기를 읽어보면 그 재미가 배가된다. 또 그부분엔 프랑스 소설의 문예사조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담겨있어 관련 작품들을 찾아볼 때에도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 그래서 여러모로 꼭 소장하고 두고두고 봐야하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커버를 벗기면 노란빛의 색이 참 좋다 ^^. 열린책들의 문학선집은 소장용으로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