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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하류지향. 우치다 타츠루

멜로마니 2013. 3. 16. 22:06

 

 

 

 

 하류지향 │ 우치다 타츠루 │ 박순분 옮김

 

 

2007년에 나온 책이지만, 6년이 흐른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도 흔히 보게되는 풍경들을 분석하고있어 진지하게 일독했다. 책제목 '하류지향'은 90년대부터 나타난 일본의 학력저하 현상과 그 원인을 찾는 과정을 의미한다. 왜 학생은 공부를 거부하고, 젊은이는 일을 하지 않는 '니트족'으로 살아가는가에 대해 작가는 두 가지 분석을 내놓는다. 그 두 가지 분석 중 전자는 '공부로부터의 도피'로, 후자는 '노동으로부터의 도피'로 요약된다. 그렇다면 이런 공부와 노동에 대한 도피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 원인을 본문에서 다각도로 심도있게 다룬다.

 

그 원인중 제일 기억에 남는건 경제적 합리성이 침투한 참교육의 부재이다. 더이상 학생들은 무언가를 배운다는 자체만으로 즐거움을 얻지 못한다. 경제학의 등가교환의 법칙처럼, 내가 교육을 받고 수업을 듣게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원하게 된다. 그들에게 수업에 집중하는걸 요구하는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그들은 학교라는 교육기관에 온 것으로써 자신들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그 이상의 노력은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들의 삶을 '노동의 주체'가 아닌 '소비의 주체'로서 시작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교육은 학생이라는 역할을 실행할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하게된다. 결국 이런 구조속에서 교육의 질은 저하되고 아이들은 그 상태로 어른이 되어간다. 또한 학생들에게서 보여지는 계층화 현상도 뚜렷하다. 사회 상층부의 경우, 교육과 문화자본(교양)에 대한 접근이 매우 높고 그 욕구 또한 강한데 반해, 하층부는 오히려 문화자본을 거부하려는 양상을 보인다. 계층이 폐쇄적이 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는것은 당연한 결과다.

 

'노동으로부터의 도피'를 대표하는 니트족의 경우, 경제적 관점으로 봤을때 신자유주의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 신자유주의로 인한 양극화의 심화는 계층이동의 가능성을 점점 더 막아놓는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을 받지 않고 생존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 아이들은 부의 증가를 통한 계층이동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것을 오히려 '리스크'라고 여기며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려한다. 아예 포기하게 되는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 리스크 사회에서는 리스크가 적은 사회 계층과 리스크가 많은 사회 계층이라는 양극화가 발생한다. 그리고 리스크가 적은 사회 계층에 속한 사람들은 당연히 매일 매일 실천을 통하여 '노력은 보상받는다'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더욱더 노력할 동기가 한층 강화된다. 하지만 리스크가 많은 사회 계층에 속한 사람들은 '노력은 보상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며, 점점 더 노력할 동기를 잃는다. 나는 이러한 피드백이 아주 짧은 시간에 일본 사회를 계층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회 속에서 리스크가 많은 사회계층에 속한 사람들은 현실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홀로 방어하듯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니트족이고 홀로 사는 군상이다. 결국 사회적 약자들은 이렇게 자신들의 삶을 제한하고 가두게된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교육을 경제적 가치로 인식하고 접근한 아이들은 대학에 들어가서도 취업을 위한 교육을 선호하게 되고, 특히 그 피드백이 빠른것을 원하게 된다. 대학교육에 값을 지불하는것과 좋은 직업을 빨리 가지는것이 등가교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효율성을 추구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졸업하여 돈을 위해 일을 한다. 공부의 즐거움이나 지성의 결여속에서 무지해지고 단순한 욕망에 고착된다. 저자는 지성의 정의를 '나의 변화를 고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교육의 부재로 나의 변화를 고려할 수 없는 아이들은 모든것을 도피하게 되는것이다. 난 다음의 말이 참 와닿았다.

 

"하지만 인간이 교육을 통해서 익히는 최고의 자질은 바로 이런 힘이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자질을 향상시키는 능력, 교육의 목표는 이 능력을 습득시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육의 '입구'에서도 '출구'에서도 시장원리가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그 때문에 아이들도, 졸업생을 맞이하는 사회도 배움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있다. 배움의 의미를 모르는 인간은 노동의 의미도 모른다."

 

책의 마지막부분, 4장 '질의와 응답'부분은 위의 이야기들을 종합하여 '노동과 소비'를 바탕으로 다각적 접근을 한다. 역시 제일 기본은 현재 한국이나 일본의 모델이 되는 '미국식 모델'이다. 미국경제에서 중시되는 등가교환은 교환을 지탱해주는 사항들을 고려하지 않고 교환이라는 사건 자체에만 집중함으로써 모든것을 표준화 시킨다. 여기서 인간마저 표준화가 되고, 인간적 가치는 배제된다. 그렇기에 부모는 자식을 성공적인 제품으로 만들어 부가가치를 얻으려한다. 즉, 아이의 눈에 보이는 성과들만을 그 아이의 가치로 판단내리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미국식 모델인 무시간 모델은 산업구조의 변화속도를 높이고 세계화의 속도를 높인다. 시장 진입과 퇴출이 빨라지고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재화들은 오히려 밀려나고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계층화는 심화되고 약자들은 고립되어 안전망조차 갖지 못한다. 세상은 결국 이렇게 변할 수 밖에 없는걸까?

 

책을 다 읽고나니 자본주의아래 휩쓸려 살고있는 우리의 모습이 한숨이 나왔다. 경제가 교육, 사회, 노동등 삶을 흔들어 놓고 변화시키고 있는데 우린 그저 방어적으로, 소극적으로 그것들을 외면하며 살고있다. 정말 최고의 해결방법은 저자가 말한 '단결'이 아닐까 싶다. 단절되어있는 개개인들이 뭉쳐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리스크를 줄이려 노력한다면, 그게 사회적 안전망들을 구축해가는 동력이 되고 단결이 이뤄진 중간공동체가 사회리스크 헤지에 도움이 될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조합'이 그 예가 될 수 도 있겠다.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책..!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키울때 정말 많은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러기 위해 교육에 대해 많이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