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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약탈적 금융사회 - 제윤경,이헌욱 지음

멜로마니 2013. 5. 13. 20:30

 

 

 

 

약탈적 금융사회 │ 제윤경.이헌욱 │ 부키

 

 

 

 

 

갈수록 서점엔 경영.경제서가 넘쳐난다. 특히 미래 예측과 투자에 대한 책들은 은연중에 우리를 끊임없이 유혹한다. 그럴수록 진짜 현실을 냉정하게, 혹은 비참할 정도로 보여주는 책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렇지만 요즘 읽은 몇 권의 경제서는 비뚤어진 한국 경제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에 소개해보려한다. 그중에서도 이 책은 한국 경제문제의 큰 암덩어리인 '가계부채'에 대한 이야기다.

 

먼저 채무 노예 사회인 '한국'을 중심으로 가계부채를 들여다보면, 빚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IMF 이후 가속화된 신자유주의는 금융권에 빠르게 침투한다. 저축만으로도 집을 장만하고 빚 없이도 행복하게 살아가던 우리들은, 명예퇴직, 비정규직에서 오는 불안정한 소득, 저금리기조 그리고 국가 및 기업의 슬로건인 '부자되세요'에 홀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부동산과 파생상품에 빚까지 져가며 돈을 갖다바친다. 이 열풍은 2000년 이후 계속되어 지금까지도 꺼지지 않는 부동산 버블을 지켜주고있다.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흘러갔을까? 그 돈을 거머쥔 기업과 금용기관은 경기침체를 이유로 투자보다 저축에 초점을 맞춘다. 고용은 커녕 보다 값싼 노동력이 있는 해외로 눈을 돌린다. 결국 그렇게 갖다바친 사람들의 돈은 거품으로 사그라들고 남는 건 빚뿐이다. 그 빚을 갚을때까지 턱없이 높은 이자를 내야 하기에 생활비로 쓸 돈조차 없어진다. 생활비를 대부업에 빌려 쓰게 되고 또 다른 빚이 생겨나며 결국 원금상환을 하지 못해 파산에 이른다.

 

이런 악순환의 구조는 절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하우스 푸어'의 경우에도, 단순히 투기를 한 개인에게 문제를 돌릴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투기를 부추기고 대출금리를 낮춰줘가며 거래를 종용했던 정부와 금융기관, 그리고 언론의 문제가 크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거래를 지켜보고 문제점들을 예방 및 해결하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개입하여 투자를 종용하고 현혹하는것이 아니다. 정부가 관심 가져야 할 일은 법을 통해 소비자의 신용보호를 강화하는 것이다. 국가는 부족한 금융지식과 화려한 마케팅에 판단력을 잃고 노예의 길로 빠지는 국민들의 편에 서야한다. 다음에서 저자는 지난 정부의 '서민 금융 기반 강화 종합 대책'의 문제점을 말한다. 이 문제점을 들여다보면, 현재 우리사회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은 어디에도 없음을 알 수 있다.

 

" 금융위원회가 2011년 내놓은 '서민 금융 기반 강화 종합 대책'도 돈을 빌려 주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 미소금융과 햇살론을 확대하고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 주는 전환 대출의 활성화가 골자로, 주로 제1금융권을 이용할 수 없는 저신용 저소득계층을 위한 대책이라고 한다. 당장 긴급 자금이 없어 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서민에게는 어느 정도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그러나 비교적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 쓰는 것이 한계상황에 내몰린 저소득 가구에 근본적인 도움이 될 수는 없다. 급한 불을 껐다고는 하지만 그 또한 빚이기 때문에 갚아야 할 의무는 여전하다. 특히 햇살론과 전환 대출은 연 10퍼센트가 넘는 또 하나의 고금리 상품이다. 연 20퍼센트 이상인 카드 대출이나 30퍼센트가 넘는 사금융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이자율이 연 10퍼세트 이상이라면 저소득층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저소득계층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복지 정책이지 돈을 빌려 주는 대부 사업이 아니다. 이미 늘 돈에 쫓겨 빛에 허덕이는 마당에 정부까지 나서서 사회복지로 해결해야 할 것을 대출 상품으로 대신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

 

금융기관의 유혹에 휘말려 하루 아침에 노예 인생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에게 내일은 없다. 더 힘든 사실은 이런 가계부채에 대해 자신의 책임만을 탓하고 괴로워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사회적 금융안전망은 없고 도와줄 사람은 없다. 그저 그 꼬임에 넘어간 나를 탓하며 하루하루 빚과 이자를 갚아나갈 뿐이다. 그 이자로 배부른 금융기관과 회사의 자본만 커지는 꼴이 된다. 채무노예의 길로 들어가기 너무나 쉬운 사회, 그게 바로 한국이다. 하지만 문제는 모두 투기와 투자만을 종용할 뿐, 그 이면에 드리워진 채무노예의 삶은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책의 경우엔 빚을 지고 투자를 하여 하루하루를 저당잡혀 살아가는 사람들의 구조와 과정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윤'이라는 유혹에 빠져 노예의 길로 들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투기와 부채가 만연한 현재의 금융권이 알리는 적색경보에 내가 가진 돈을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혜안이 생길 것이다.

 

경제성장이 의미하는것은 국민 개개인의 '구매력 상승'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GDP의 증가는 국민의 부 상승이 아닌, 수출중심의 대기업 이윤이 큰 역할을 했다. 가계부채는 이미 2011년 이후 GDP 대비 90퍼센트에 달하고, 가계부채를 가진 사람들은 가처분소득으로 이자를 갚아나간다. 이런 상황에서 구매력 상승과 내수 활성화는 어불성설이다. 국민들은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다. 한푼 한푼 번 돈이 들어가는 곳은 금융기관과 기업들 뿐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비정규직 문제와 불안정한 소득,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까지 합세하여 한국의 양극화 현상은 심화된다. 우리에게 미래는 있을까..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연대'를 강조한다. 개인의 잘못으로 간주되었던 채무의 짐을 벗어 던지고 함께 연대하여 정부에게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이렇게 만든 메커니즘과 무능력한 정부의 대응방안에 딴지를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린 허상뿐인 투기의 유혹에 빠져 버블을 지탱하는 노예의 인생을 살게된다. 책을 끝까지 읽으면, 현재 빚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과 채무에서 해방되어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책의 부제인 '누가 우리를 빚지게 하는가'를 곱씹어본다. 사회 아래 놓인 개인들은 무지하다. 생각하지 않으면 우리는 세상속에 그냥 쓸려가버린다. 우리를 돈에 빠져들게 만들고 유혹하는 언론, 금융기관 그리고 정부에 대해 알지 못하면 그대로 노예의 길을 걷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진정한 경제성장과 금융을 위해 개인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주는 좋은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만나, 자유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 추천 도서

 일본소설 '화차'(미야베 미유키) - 평범한 행복을 꿈 꾼 한 사람이 어떻게 채무노예의 길을 걷게 되는지 잘 나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