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자/단상

[단상] 천을귀인

멜로마니 2017. 1. 26. 17:11



처음 명리학이란 세계를 알게된 건 2014년.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가 계기였다. 그 책을 읽으며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명리학이란 것이 미신의 영역에 있지 않다는걸 처음 알게됐다. 오히려 인간 개개인이 태어나면서 가지게 되는 힘과 특성을 자연의 순리에 비추어 해석하는 학문이란걸 깨달았다. 그렇게 처음 명리학에 입문한 뒤 기본적 틀을 알게 되었고, 학문에 폭을 더욱 넓혀줄 두번째 스승을 만나게 된다. 바로 '강헌' 선생님이다. 참 매력적인 분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완전연소하며 살아오신 분이다. 삶에서 마주한 시련과 고난을 명리학으로 깨우치고 성찰하신 선생님의 통찰력을 배우고 싶어 나도 선생님이 쓰신 책으로 심도있게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는 명리학적 이론에 집중하기보다 명리학이 가진 가치와 방향성에 초점을 둔다면, 강헌쌤의 명리 시리즈는 실제로 내 사주를 분석하고 공부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깨알같이 제공한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명리학을 독학하기에 아주 좋은 교재라는 생각을 한다.


책을 보며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내 명식을 공부하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을 돌아보며 사주를 대입해 분석해봤다. 이 일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하고있다. 내가 가진 8개의 사주팔자를 분석하는 동시에 10년대운, 세운과의 케미도 살펴본다. 계속해서 이렇게 명리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소름끼치게 들어맞는 사주와 대운의 흐름 때문이다. 내가 힘들고 버거워 했을 때, 마음이 편하고 즐거워 적극적으로 살았을 때 등 해마다 가진 특성이 사주 및 대운과 일치한다. 날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게 했던 2003-2012년 대운이 끝나면서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은 명리학적 관점에서 아주 딱 맞아 떨어지는 것들이었다. 그 대운을 힘겹게 지나온 뒤 2013년부터 난 삶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인연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됐다. 대운의 변화와 함께 삶을 대하는 태도, 성향까지 모두 변했다. 그 힘든 기신운을 겪어내고 오히려 성장하고 발전하게 됐다. 바로 이 지점에서 명리학의 위대함을 느낀다. 그저 좋은 운만 좋은게 아니다. 명리학에선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좋은 운이 나쁘게 작용할 수도, 오히려 나쁜 운이 좋게 작용할 수도 있다. 좋은것만 최고라 여기고 나쁜건 배척하는 이분법적인 사고와는 거리가 멀다. 모든 사주가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고 그 특별한 색깔을 지키며 살아갈 때 가장 멋지게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 천하고 귀한 사주는 없는 것이다.


오늘도 내 명식을 보다가 새롭게 눈에 띄는 부분이 있어 과거를 돌아보게 됐다. 바로 '천을귀인'이라는 신살이다. 이 신살은 아주 긍정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힘들때 자신을 도와주는 조력자를 만나는 운이다. 신기하게도 난 이 천을귀인이 세운에 있을때마다 정말 멋진 사람들을 만났다. 날 나답게 해주고 자꾸 무언가 능동적으로 해내고 싶은 욕구를 마구마구 주는 사람들 말이다. 이런 귀인을 만날때마다 사고가 트이고 행동반경이 넓어졌다. 해본적 없는 경험을 쉽게 하게 됐고, 적극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나갔다. 2011년에 파리에서 유학을 했을때 한 번 귀인을 만났었고 2013년에 대학을 다닐때 또 한 번 귀인을 만났었다. 그 사람들이 누구였는지는 너무나 명확하다. 명리학적으로 굳이 따지지 않아도 내 삶을 돌이켜봤을때 전환점을 만들어 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날 자극하고 성장시켜준 사람들이니 얼마나 감사한 인연인지 모른다. 가끔 생각날때면 행복하게 멋지게 잘살길 기도하게되는 그런 사람들이다.


그땐 몰랐지만 이제야 귀인의 소중함을 실감한다. 결국은 사람이다. 내가 쑥쑥 크고 한 층 더 성숙해지는 힘은 그 사람들로부터 나왔다. 앞으로 또 천을귀인이 온다면 인연에 감사함을 느끼고 베풀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든든한 내 편이 생기는 일, 마음편히 속얘기 할 사람이 줄어드는 각박한 인생살이에서 가뭄에 단비와 같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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