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자/단상

[단상] 휴식

멜로마니 2016. 2. 24. 15:22


La sieste / Henri Manguin / 1905



쉬는것도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1월부터 제대로 쉰 기억이 없다. 음악을 찾아 듣거나 보고싶은 영화를 보거나 마음 놓고 책을 읽질 못했다. 운동, 공부, 스터디를 하고나면 평일이 지나있고 주말알바를 하면 주말이 가있었다. 그래도 대학원 개강할때쯤 되면 좀 쉴틈이 있겠거니 했었다. 그래서 개강 일주일전엔 푹 쉬고있을 나를 상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평일 과외일이 생기고 번역일도 들어오면서 쉴시간은 아예 사라져버렸다. 맡은 일들에 대한 데드라인때문에 항상 마음이 쫓기듯 불안하고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정신이 없다. 단 두달만에 쉬고 즐기는 법을 망각해버린것같다. 


그래서 몇일 안남은 지금이라도 다시 여유를 되찾고 나를 좀 숨쉬게 해주고싶다. 마음이 항상 지쳐있으니 딱히 무언가를 하고싶지도 않고 잠만 쏟아진다. 영화 변호인의 연출을 맡았던 양우석 감독의 인터뷰가 와닿는 순간이다. 우린 찌질한게 아니라 피곤한거다 라는 말. 정말 몸과 마음이 피곤해서 세상일에 분노하고 참여하고 문제를 던지질 못한다. 그래서 지금 한국이 돌아가는 꼴을 보고있으면 화가 나기보다 눈물이 난다. 내가 이런 거지같은 사회에서 아둥바둥 살고있다니. 안쓰러울 뿐이다.


삶은 앞으로 더 힘들어질것이다. 추구하는 꿈을 이뤄갈수록 내가 스스로 감당해야 할 무게도 늘어갈 것이다. 단 두달이었지만 앞으로의 삶이 녹록치 않을것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도 행복하다. 점점 자립해가는 내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힘들지만 행복하다. 열심히 근성 근육을 단련시켜 대학원 공부를 마칠때쯤엔 두 다리로 설 수 있었으면 한다.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