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자/단상

[단상] 삶의 질? '시간'의 질!

멜로마니 2016. 1. 21. 20:38



'삶의 질은 결국 '시간'의 질이다.


삶의 질이란 표현을 많이들 쓴다. 한국이 선진국이 될 수 없는건 삶의 질이 택도없이 낮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도대체 삶의 질이 무엇일까. 지금 내 삶이 질이 낮은것인지, 높은것인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언뜻보면 추상적인 이 표현을 '시간의 질'로 바꿔본다면 훨씬 이해가 쉬워진다. 24시간 중 당신이 자는 시간, 밥먹는 시간, 일하는 시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휴식 시간 등등 여러 시간들을 나열한 뒤 그 시간의 질을 따져보면 되는 것.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수면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일하는 시간에 써야한다면 그 사람의 삶의 질은 최악인 셈이다. 반대로 하루 중 자신이 맘편히 쉴 수 있는 시간, 여유있게 자신을 돌아보고 숨돌릴 시간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삶의 질은 그보다 높다고 할 수 있겠다.


자본주의의 정점을 찍고있는 2016년 한국사회는 삶의 질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고 한다. 수면 시간까지 줄여가며 하루종일 일을 해야하고 가족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시간은 전무하다. 정신없이 하루 하루를 이겨내야 하니 자기 스스로를 돌보고 쓰다듬어주는 시간은 또 어디있겠는가. 무한대의 경쟁에 살아남으려면 소중한 내 시간을 팔아 돈으로 바꿔야 한다. 이 경쟁의 틀은 신자유주의를 열망하는 정부, 대기업의 소산물이다. 그렇게 어떤 여유도 허용치않고 채찍질을 해야만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자신들의 부품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반문할 새 없이 우린 시간을 팔아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삶은 그렇게 끝나버린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건 요즘 내 삶 역시 질로 따진다면 형편없기 때문일 것이다. 평일 내내 공부를 하고 주말엔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일주일 중 순수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은 없다. 상황이 이러니 잠깐 자는 잠이나 간식에 기대어 피곤함을 풀고 공부나 운동 을 할 때 중간중간 멍때리며 휴식을 취하는게 전부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스스로 조바심이 나고 초조해진다. 쉬는게 죄책감이 들고 날 위해 쓰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자본주의를 욕하고 세상이 각박하다고 비난하면서 스스로 그런 틀에서 내 생활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드니 정신을 차려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몇가지 약속을 해봤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일주일에 한 번 만큼은 가족과 저녁을 먹기, 적어도 이틀에 한번은 초롱이와 산책을 하고 간식을 주기, 짬이 날때마다 찜해둔 책 읽기,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약속을 꼭 지키고 함께 할 땐 즐거운 시간 보내기, 운동을 해서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체력을 단련시키기, 아무 생각 안하고 푹 쉬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꼭 가지기,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쓰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기 등이다. 피곤에 쩔어있을땐 지키지 못할때가 있기에 이렇게 기록해놔야 더 잘지켜질 것 같다. 헬조선은 내 삶의 질을 망가뜨리기만 하니 내 스스로라도 열심히 지켜내야 한다. 그게 거지같은 세상을 바꾸기 위한 시작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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