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슬 │ 오멸 │ 2013
씨네코드 선재에서.
이 영화는 아무말도 할 수 없다. 처음으로 이런 감정을 느껴본 것 같다. 영화는 더이상 영화가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영화를 보며 죄의식, 부끄러움, 두려움, 괴로움에 몇 번을 나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관객으로의 나는 영화관을 나와 그만두고 피할 수 있었지만 65년전 제주도민들은 그럴 수 없었다는 것을. 억울한 죽음을 피해 동굴로 숨어들어가고 산으로 올라갔지만 그곳엔 죽음만이 있었다는 것을..
빨갱이를 잡으라는 미명아래 유린당한 제주도민의 모습은 이렇게 한국인의 마음 속 죄의식과 두려움을 들춰낸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역사 아래 놓인 인간이기에 영화는 진짜 가해자가 누구인가를 반문한다. 죽은자는 말이 없다. 이제는 용서할 수도, 용서를 받을수도 없다. 하지만 그들을 이렇게 만든 진짜 가해자들은 여전히 살아있다. 영화는 정확히 그지점을 파고든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가 겪은 죽음과 고통이 이데올로기와 정치에서 나온다는 것을, 그게 역사의 방종이었음을 말해준다.
그래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임과 시대의식이 나온다. 우리는 그 한참 잘못된 일들을 들춰내고 끊임없이 주시해야한다. 그러다보면 한국사회를 양분하는 세력과 갈등이 보이고 정말 우리가 해야할 일들이 보인다. 그래서 모든 한국인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그게 '제주 4.3 사건'이라는 글자뿐인 역사를 현실에 치밀하고 처절하게 보여준 오멸감독의 뜻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평도 사치다. 강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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