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보자/마르꾸스와 나

[소감] 남미여행 소감

멜로마니 2015. 2. 17. 16:22



말이 필요없다. 내가 다닌 여행 중 가장 멋진 여행이었다. 멋진 경험을 하고나면 그 이전의 것들은 모두 초라하게 보인다는데 이번 여행을 하고서가 그랬다.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하는것도 처음이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3개월간 배낭여행을 한것도 처음이었다. '여행하다 안맞아서 중간에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더라', '한국 돌아와서 헤어지는 커플도 많다더라' 등 출발전 주위의 걱정과 우려도 있었지만 막상 여행을 시작하니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처음 보는 세상에서 우리에게 닥친 미션들을 처리해야 하기에 어느때보다 의기투합한 시간들이다. 별것 아닌 작은 일로 토라져 있을때도 항상 둘 중 한명은 먼저 다가와 떨어져있지 않고 함께했다. 마르꾸스 특유의 현명함으로 많은 어려움을 이겨냈고 힘들지만 즐겁게 웃으며 80일이 넘는 시간을 함께했다.


여행을 하며 마르꾸스가 평소 느꼈던 것보다 더 멋진 사람이란걸 알았다. 그리고 마르꾸스가 더없이 소중한 사람임을 알았다. 쑥맥인 날 대신해 항상 현지 사람들과 대화를 자처하고 내가 원하는 것들에 최대한 맞춰주려 노력하는 모습에 몸둘바를 몰랐다. 가끔 내가 마르꾸스라면 난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생각해봤는데 나라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 같다. 오랜기간 여행을 하면 서로의 맨얼굴을 볼 수 밖에 없는데 내가 본 마르꾸스의 맨얼굴은 한국에 있었을 때보다 더 멋졌다. 반대로 난 한국에선 감추고 있던 나쁜 모습들만을 보여준 것 같다. 내 스스로가 이렇게 못났구나 싶은데 그런 날 지켜준 마르꾸스에게 그 고마움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이엔 고맙다는 말을 하는게 아니라지만 여행중 뜬금없이 눈물이 날 때가 많았다. 밤버스에서 잠든 마르꾸스를 지켜보다 갑자기 눈물이 나오기도 했고 나몰래 서프라이즈를 준비했을때면 내가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어 눈물이 났었다. 


여행은 서로를 제대로 볼 수 있게 한다. 세달간 함께 하면서 마르꾸스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아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몰랐던 공통점도 알 수 있었다. 여행할 때 둘다 그저 휘적거리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정신놓고 즐기는 걸 좋아한다는 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그룹투어를 싫어하고 스케줄을 따지지 않은채 여유있게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는 점, 현지식을 맛보고 현지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걸 좋아한다는 점 등 비슷한 점이 많아 행복한 여행이었다. 그리고 한국을 벗어나 마르꾸스와 나눈 수많은 이야기들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데 큰 밑둥이 될거라 생각한다. '어떻게 살고싶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 풍경들, 장소들은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촉매제가 되어주었다. 함께 김광석 아저씨와 이소라 언니의 노래를 듣고 유유자적했던 참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여튼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와 여행을 하고 돌아오니 함께 했던 순간들이 아련하고 그리워진다. 어떻게 그 행복했던 순간들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오롯이 둘만의 세상이었고 둘만의 시간이었다. 한껏 치장만 한채 감추고 보여주지 않았던 내 허물과 가식도 여행을 하며 싸그리 부서졌다. 부서지면 창피할 줄 알았는데 벗겨내니 오히려 시원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모두 사랑해주는 마르꾸스에게서 진짜 사랑이 뭔지를 느꼈다.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 행동하는 사람, 정직한 사람 그리고 솔직하고 당당한 사람이 지난 여행에서 내가 본 마르꾸스다. 


다시 돌아오니 지루하고 뻔한 일상들이 시작됐다. 그치만 여행 전엔 없던 왠지모를 활력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분명 여행을 하며 쌓였던 힘일 것이다. 멋진 풍경을 마주하며 내 꿈과 마르꾸스의 꿈을 돌아볼 수 있었고 삶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정신없이 쫓아살다보면 사는대로 살아진다. 그렇기에 중간중간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고 방향도 살펴야 내가 원하는 삶을 그리고 살아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여행은 우리 모두를 꿈꾸고 설레게 만들어줬다. 그래서 앞으로 좀 더 나답게, 좀 더 마르꾸스 답게 하루하루를 살게 될 것 같다. 행복하다.




* 특히 기억에 남는 곳 

- 와라스 69호수 가는길. 호수를 보러 들어가는 길엔 소가 가득한 초원이 펼쳐지는데 최고였다. 멋진 산들이 가득했던 곳.

- 쿠스코 치차 데 호라 팔던 가게 : 쿠스코에서만 마실 수 있는 치차 데 호라를 마셨던 그곳..!!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또 마시고 싶다 치차 데 호라..

- 잉카정글트레킹 : 둘째날 걸었던 잉카트레일과 노천온천.. 최고였다.

- 티티카카호 우로스 섬 : 잘때 얼어죽을만큼 추웠지만 꿈에 그리던 그곳에서 새해를 맞이한게 참 특별한 경험이었다.

- 우유니 사막 일출, 일몰 : 마르꾸스와 함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음에 더없이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 라파스 야경 : 케이블카 타고 보고 내려올때 비가 내렸는데 비내리는 라파스 야경이 참 멋졌다. 

- 콜카캐년 : 상상도 못한 풍경에 넋이 나갔던 곳. 콜카캐년은 페루의 보물이다. 

- 아레키빠 카사 데 아빌라 숙소 나무 : 가만히 앉아서 나무만 쳐다봐도 힐링됐던 곳. 마르꾸스와 정원에 앉아 아침식사 할때 참 좋았다.

- 이스터섬 아나케나 해변 : 거짓말처럼 파란 바닷물에 파도타기에 적당한 해변이라 원없이 놀았던 곳. 

- 이스터섬에서 자전거탈때 : 모아이보러 자전거 타고 갈 때 처음에만 참 좋았다. 첨엔 기력있어서 열심히 달렸고 옆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참 멋졌다. 

- 갈라파고스 산크리스토발 섬 : 지금 생각해보면 참 조그만한 동네다. 거기선 맘편히 하루하루를 보냈기에 지금 생각해도 참 좋다.

- 파라카스 : 여행 끝무렵이고 투어강박이 없어서 그랬는지 맘편히 마르꾸스와 쉴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여기서 먹었던 오징어튀김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 리마 라르코마르 : 리마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변화시켜준 곳. 구시가지에만 있다가 처음 미라플로레스를 가고 충격 받았는데 라르코마르를 보곤 완전히 주눅이 들어버렸다. 마지막날 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원없이 돌아다닌 곳.



이렇게 정리하니 더 아쉽다..

페루 또가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