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보자/남미순간

다죽여버릴랑께

멜로마니 2015. 1. 22. 08:25

 

 

 

 

 

바퀴벌레섬에서 다섯째날인 어제는 미겔 커플과 카풀을 해서 천연수영장에 다녀왔다. 바위로 바다가 막혀있고 수심이 얕아 어린아이들이 놀기 좋은 해변이었다. 거기서 수영을 하고 놀다가 센트로에 가서 파인애플을 사먹었다. 첫날 우리에게 파인애플을 팔았던 아주머니가 장사를 하고 계셔서 파인애플 두개를 사먹었는데 정말 꿀맛이었다. 하나씩 들고 먹다가 숙소에 와서 슈퍼에서 산 치킨너겟을 튀겨먹고 햇볕에 빨래를 말렸다. 저녁엔 해지는걸 보며 파스타를 해먹고 바퀴벌레 놈들이 나타나기전 침대로 피신했다.

오늘은 모아이 15개가 일렬로 있는 통가리키에 자전거를 타고 다녀왔다. 미겔커플이 자전거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해서 물 1.6리터에 환타 한캔만 가져갔는데 막상 가면서 보니 걱정이 됐다. 주변엔 가게도 하나 없고 가끔씩 차만 지나다녀서 뭘 사먹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위를 이겨내고 땀을 흘리며 두시간 반만에 통가리키에 도착. 열다섯개의 모아이가 일렬로 서있는걸 보고 잠시나마 힘든것도 잊었다. 너무 더워 그늘을 찾아 나무쪽으로 갔는데 귀여운 여자아이 두명이 자기둘이 키우는 고양이와 개도 보여주고 의자도 빌려줘 잠시나마 쉴수있었다. 쉬다가 오후 두시쯤 다시 센트로를 향해 돌아가려 자전거를 탔는데 점심을 안먹은 탓인지 기력이 떨어져 페달을 밟아도 앞으로 자 안나갔다. 처음엔 억지로 해보다가 힘이 딸려 자전거에서 내려 자전거를 끌고 걷기 시작. 갈길이 구만린데 자전거를 끌고 터덜터덜 걷는 나를 보며 마르꾸스는 쉬었다가 자전거를 타라고 했지만 난 고집을 피우고 걸어서만 갔다. 그렇게 한시간 반을 가다가 도저히 못가겠어서 길에 주저앉아버렸다. 이렇게 가지말고 택시좀 부르자고 난리쳐서 마르꾸스가 멀리 보이는 사람에게 알아보러 갔지만 여기선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 택시를 부르기 힘들다고 했다한다. 망연자실하고 멍때리려는 순간 마르꾸스가 지나가는 트럭을 세웠고 너무 감사하게도 트럭에 있던 가족이 태워줘서 우린 무사히 센트로에 도착했다. 생명의 은인이기에 기름값을 드리려 했지만 괜찮다고 해서 눈물이 날뻔 했다. 너무 배고프고 갈증이 나서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오천페소짜리 닭 감튀 환타 세트를 나눠먹고 슈퍼에 들려 환타 1.5리터와 과자를 산뒤 숙소로 돌아왔다.

하루동안 도대체 뭘 한건지 모르겠지만 개뻘짓을 한건 분명하다.마르꾸스 피부는 햇빛을 너무 받아서 아예 시꺼멓게 변해버렸고 난 자전거때문에 엉덩이랑 허벅지가 너덜너덜해진 기분이다. 그래도 환타가 있음에 한숨 돌렸다. 여기와서 덥고 힘들때마다 환타 한잔만 먹으면 기운이 나고 정신이 든다. 오렌지맛 환타는 진정 완전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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