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보자/남미순간

니가 싫다

멜로마니 2015. 1. 26. 10:27

 

 

 

 

 

 

 

 

이스터섬 일곱째날엔 빈둥거리며 돌아다녔다. 전날 자전거를 너무 탄지라 진이 다 빠져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날엔 마지막으로 천연수영장에서 신나게 놀았다. 저번에 간 곳과 다른곳에 갔는데 칠레에서 휴가온 꼬마 아이들과 꼬막 비스무리한걸 바위에서 따면서 노는게 재미있었다. 나중엔 개도 바다에 뛰어들어 사람들과 함께 놀았다. 다음날 지긋지긋한 이 섬을 떠나기에 약간은 들떠있어 기분이 더 좋기도 했다. 둘다 모아이에 대한 특별한 관심도 없고 그냥 궁금한 마음에 왔다가 미친 물가에 칠레에 더이상 있고싶지 않았기에 하루빨리 이스터섬을 뜨고 싶었다.

하지만 다음날, 이스터섬은 우리를 쉽게 놔주지 않았다. 오후 1시로 예정된 비행기가 9시간 연착이 됐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7시에 저가항공으로 칠레 북쪽 국경 도시 아리카에 가는걸 예매해 뒀기때문에 우린 패닉 상태가 됐다. 산티아고 할머니네 민박에 짐 일부분을 두고왔고 시간에 맞춰 비행기를 타려면 시간이 정말 촉박했기 때문이다. 란항공 사무실 전화로 비행기 티켓 시간을 바꾸려 했지만 인당 20만원씩 더 내야한다고 해서 시간을 최대한 맞춰 원래 비행기 시간대로 타기로 했다. 산티아고에 내리는 시간은 새벽 4시 40분, 비행기는 아침 7시여서 그 사이에 마르꾸스가 혼자 시내에 들어가 짐을 찾아오기로 하고 나는 공항에서 짐을 찾아 마르꾸스를 기다리기로 계획을 짠 뒤 란항공에서 연착이 미안하다며 준 점심쿠폰으로 식사를 했다. 이스터섬에선 엔빠나다도 하나에 칠천원이라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건 꿈도 못꿨는데 연착된 덕분에(?) 좋은 레스토랑에서 이스터섬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게됐다. 그래도 연착돼서 다음 비행기 시간까지 촉박해진건 짜증나고 신경쓰이는 일이었다. 이것때문에 산티아고 내릴때까지 계속 똥줄탔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의 걱정과 다르게 비행기가 산티아고에 일찍 도착해 마르꾸스가 짐을 찾아 공항에 일찍 돌아왔다. 할머니가 벨소리를 못들으셔서 문을 계속 못열었는데 다행히 택시기사와 근처 주유소 마트 아주머님이 전화도 빌려주고 문에 돌멩이도 던져줘서 짐을 찾을 수 있었다고했다. 그래서 예정된 일곱시 비행기를 타고 칠레 북부 아리카에 내려 페루 접경 도시인 타크나로 버스를 타고 넘어온 뒤 다시 버스를 갈아타 아레키파를 향해 갔다. 칠레의 미친물가를 겪다 페루에 오니 버스비도 싸고 정신없이 호객하는 분위기도 너무 정겹다.

마르꾸스와 난 아레키파행 버스를 타고 무사히 칠레를 탈출해 페루에 온것을 감사해하고있다. 그리고 절대 다신 칠레에 가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다들 좋았는데 못된 물가에 낭만이고 나발이고 괜히 기분만 나쁠때가 많았다. 이스터섬은 정말 '모아이'를 미친듯이 보고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비싼 입장권과 숙박 및 교통비에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사람에따라 다르겠지만 난 우리나라 제주도와 돌하르방 할배가 백배 천배 좋다. 칠레, 영원히 빠빠루 니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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