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보자/남미순간

우로스 섬에서 맞은 새해

멜로마니 2015. 1. 2. 12:18

 

 

 

 

 

 

 

 

 

 

 

 

 

 

 

 

 

 

 

 

 

 

 

어젠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열두시쯤 우로스 삼에 도착한 이후 모든게 너무 신기해 오늘 푸노로 돌아올때까지 벙쪄있었으니까. 많은 관광객들이 상업화된 우로스 섬이 싫다고 한걸 듣고 가서인지 실망은 그다지 하지 않았다.

숙소에 짐을 맡긴 후 나와 버스타미널에서 1월2일자 코파카바나 티켓을 사고 택시를 타고 배타는 장소로 향했다. 우리가 묵을 아난파챠 섬은 선착장에서 출발하지 않고 호텔 리베르따도레스 근처에서 출발해서 11시 반에 배를 타고 섬으로 출발했다. 배를 태우고 들어가준 하비에르는 가면서 토토라 갈대 속을 먹어보라고 줬는데 단맛이 나고 시원했다.

십오분쯤 걸려 갈대길을 지나니 정말 세계테마기행에서 보던 우로스 섬이 눈앞에 보였다. 수많은 작은 섬들이 수평선을 그리며 줄지어 서있었고 그가운데론 페루 전통옷을 입은 할머니가 노를 저으며 지나갔다. 배에서 내려 숙박기록을 하니 여권에 우로스 섬 도장도 찍어줬다. 매일 하루 3번 우로스 섬 투어가 있어서 그런지 섬은 시끌벅적하고 정신이 없었다. 우리가 묵을 방에 짐을 내려놓고 섬 이장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섬의 모든걸 총괄하는 이장님은 식사나 낚시 정보를 말해주고 내집처럼 편하게 지내라했다. 뭐든 사먹게 하고 팔려고하는 이장님이지만 속이 빤히 보이는 매력(?)이 있어 하루종일 이장님 덕분에 많이 웃었다.

섬엔 기념품 가게, 레스토랑, 송어 양식장이 있고 숙박할 수 있는 방도 많았다. 둘러보다가 점심 식사로 송어 요리를 먹었는데 마르꾸스는 맛있게 먹고 나는 많이 못먹었다. 약간 비릿한 냄새가 나서 거부감이 있었다.

밥을 먹고선 티티카카호를 보며 멍때리다가 오후 네시 반쯤 하비에르가 낚시하는걸 보러 따라나갔다. 섬 뒷편으로 배를 타고 나가 그물을 넓게 두른 뒤 다음날 새벽에 건지러 오자고 했다. 여기서 건진 작은 물고기 까라치는 생선수프에 들어간다.

다시 섬으로 돌아와 티티카카호를 넋놓고 바라보고 투어오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남미 사람들이 대다수였는데 어떤 사람들은 우리를 보며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 영문도 모른채 사진을 찍었다. 한류열풍 덕분인지 우리가 특이해선진 모르겠지만 기분은 좋았다.

다섯시가 넘어서부턴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시작했다. 강에서 푸노쪽을 바라보니 여섯시가 넘어선 해가지고 번개가 치는게 보였다. 섬이라 해가 떨어지니 급속도로 추워져 가지고 온 옷을 죄다 꺼내 입었다. 양말도 두개씩 신고 히트텍 두개에 스웨터 바람막이를 입고 담요를 덮어도 추웠다. 저녁을 먹은 일곱시 반쯤엔 비가 몰아쳐서 이가 덜덜 떨릴정도였다. 저녁으로 먹은 치킨이 무지 맛있어서 배터지게 먹곤 부리나케 숙소로 들어갔다.들어가선 이불속에 들어가 주전부리를 먹으며 시간이 가길 기다렸다. 2014년의 마지막 날인 만큼 12시까지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에 눈을 부릅 떴지만 결국 11시 4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아홉시쯤 잠이 들었다. 아홉시 전엔 비가 멈추고 밖에서 모닥불을 피워줘 잠시나마 따뜻했다.

둘다 시체처럼 자다가 알람소리를 듣고 깨 밖에 나갔다. 티티카카호 우로스 섬에서 바라보는 푸노의 야경도 멋있지만 조금씩 터트리기 시작하는 폭죽에 우린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쿠스코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냈을 때도 자정에 폭죽터지는 소리가 무슨 대포소리처럼 시끄라웠는데 멀리 불꽃이 터지는 모습을 보니 여기 사람들은 새해에 폭죽을 무지 많이 터뜨린다는 걸 알았다. 전기가 거의 안들어오는 우로스 섬이지만 여기 사람들도 맥주박스에 대형폭죽을 가득 실어 자정이 될무렵 미친듯이 터뜨렸다. 카운트 다운을 하지 않아도 불꽃들을 보면서 새해가 왔음을 실감했다. 우리 말고 다른 숙박객들과 섬주민들도 모두 강가에 나와 한동안 불꽃을 감상했다. 마르꾸스와 함께 했던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삼십분쯤 구경을 하고 이장님이 불러 식당으로가니 샴페인을 한잔씩 주며 신년을 축하했다: 이장님은 하늘과 땅의 신에게도 기도를 했고 테이블에 꽃을 한가득 놓고 불을 피웠다. 우로스 섬에서 맞는 새해는 정말 특별했다.

하비에르가 새벽 다섯시에 그물을 올리러 가자고 했지만 한시쯤 잠이 든 우리는 아침 일곱시에야 눈을 떴다. 늦게 배를 타고 가보니 정말 작은 물고기들이 그물에 걸려있었다. 티티카카호는 깊은 곳은 수심이 280미터까지 간다고 하는데 얕은 곳은 투명해서 눈으로도 잘 보인다. 민물고기를 잡는걸 보는건 참 신기했다.

돌아와선 열시 반에 푸노로 돌아갈거라 얘기해두고 짐정리를 했다. 우로스섬에서 하루 지내면서 느낀건 여기 사람들은 관광을 주수입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직접 와보니 이곳은 세계테마기행에 나온것처럼 옛날모습만을 가지지 않았다. 우리들처럼 콜라를 마시고 나이키를 입고 관광객에게 물건을 팔며 산다. 그렇기에 상업화됐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그치만 밤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추위를 이겨내며 갈대섬에서 산다는건 대단한 일임을 느꼈다. 하루종일 일을 하곤 새벽같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티티카카호와 우로스섬은 참 잘어울리는 멋진 풍경이다. 강가에 앉아 섬과 호수를 보고있으면 호수 색처럼 마음이 시원해진다. 그리고 페루 전통옷을 입은 할머니 아줌마의 뒷모습도 너무나 귀엽게 보인다.

여튼 이장님과 만나 정산을 하고 푸노로 돌아가는

배에 탔다. 도착해선 하비에르와 작별인사를 하고 주민들이 타는 버스용 봉고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숙소에 다시 체크인을 한뒤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1월1일이라 연곳이 없어 중국집에 갔다. 밥을 먹고선 그 옆에있는 스낵집에 갔는데 크림을 얹은 젤라틴을 팔아서 먹어보니 꿀맛이었다. 길에서 직접 짜주는 파인애플 주스도 사먹었는데 정말정말 시원하고 맛있었다. 그렇게 쳐먹고 숙소에서 낮잠을 자다가 일어나니 저녁시간이 돼 저녁으론 하와이안 피자를 먹었다. 점심때 먹었던 젤라틴이 또 막고싶어 다시 찾아가니 서빙해주던 아이가 신기하다며 웃는다. 맛나게 먹곤 동네 까페에 들어가 따뜻한 우유에 커피 원액을 넣어 마시고 마르꾸스는 따뜻한 럼에 레몬을 넣은 술을 마셨다. 어딜가나 거기 사람들이 먹는걸 먹어보는걸 좋아하는 우리는 푸노에서의 마지막 밤도 그렇게 보냈다.

이제 내일이면 볼리비아에 들어간다. 페루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서 떠나는게 아쉽다. 특히 우로스섬에서 맞은 2015년 새해는 마르꾸스와 나에게 정말 잊지못할 기억이 될 것 같다.

아 우로스 섬엔 태양열 전기가 있다. 오늘 아침에 들으니 일본출신 페루 대통령 후지모리 취임 시절 지어준 것이라 한다. 우로스 섬에 사는 아저씨는 후지모리를 자꾸 중국인이라고 하면서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다른 정부보다 훨씬 낫다했다. 지금 후지모리 대통령은 징역 25년형으로 감옥에서 살고있지만 우로스에 태양열 전기를 설치한건 잘한일이라 생각한다.

 

* 우로스 섬 숙박 정보 : 아난파챠 섬 - 아이페루 통해 가격 문의하고 예약함. 숙박비 인당 25솔, 점심 17솔 저녁 15솔 아침 15솔 낚시체험 10솔 푸노-우로스 배편 왕복 30솔(인원 상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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