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보자/남미순간

페루 막걸리 치차 데 호라

멜로마니 2014. 12. 28. 09:55

 

 

 

 

 

 

 

 

 

 

 

 

 

 

 

 

아침에 일어나니 감기기운이 있었다. 이런 나를 위해 마르꾸스는 아침 일찍부터 파인애플 쥬스를 사왔다. 파인애플을 사랑하는 나는 아침을 먹으며 기분이 좋아졌고 컨디션도 좋아졌다.

점심때까지 짐정리를 하다가 버스 터미널에 가서 푸노가는 티켓을 샀다. 아르마스 광장 근처에선 에이전시를 통해 버스 티켓을 살 수 있지만 20솔에서 25솔 정도 비싸다. 지금까지 애용했던 모빌투어스엔 푸노행이 없어 크루즈 델 수르에서 세미까마를 55솔 주고 예약했다. 내일 밤 10시 버스로 푸노로 떠난다.

티켓을 사고 터미널에 나와서 피자집을 찾았다. 마침 대로변에 피자집이 있어 들어가니 사람들이 가득하다. 메뉴판을 보니 피자는 서브고 그릴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다. 여기식 갈비인 츄레타와 샐러드를 시켰는데 진짜 맛있었다. 츄레타 샐러드 콜라 1리터가 42솔이 나왔으니 비싼 편이지만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내일 버스에 타기 전 여기서 피자를 저녁으로 먹기로 다짐했다.

베불리 먹고 나와 걸어서 꼬리깐차로 향했다. 꼬리깐차는 잉카시대 신전으로 금으로 된 보물이 무지 많이 발견됐던 곳이다. 스페인 침략을 받은 뒤엔 성당으로 변했기 때문에 건물엔 스페인의 잔재가 남아있다. 이곳을 둘러보면서 스페인을 증오했다. 태양신을 섬기던 잉카인들을 강제로 개종시키고 그들이 만들어낸 유산들을 자기식대로 덮어씌워 성당으로 만들었다 것에 분노했다. 여기서 발견된 금으로 된 보물들은 스페인 놈들이 녹여서 자기네가 가져갔다니 썅놈들이다. 지네가 뭔데 침략해서 맘대로 개종시키는지도 이해가 안간다. 내눈엔 자연을 신으로 삼는 잉카인둘이 자기 멋대로 선교하고 사람을 죽이는 스페인 놈들보다 더 나아보인다. 꼬리깐차엔 잉카인이 만든 틈새 없는 벽돌들은 별로 없고 후에 스페인 놈들이 만든 성당 건축물이 대다수다. 보면서 안타까움과 분노가 든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난 스페인어를 들읆대면 시끄럽고 경빅하다는 생각이 든다. 취향의 차이겠지만 스페인어가 좋지 않은건 분명하다.

꼬리깐차를 구경하고 정원쪽으로 나와 잔디에 앉아 풍경을 바라뵜다. 오카리나 소리가 들려 잔디밭을 보니 한 일본인이 얀주를 하고 있었다. 차분하고 평화로운 음악 소리에 나와 마르꾸스 둘다 넋놓고 연주를 듣다 박수를 쳤다. 한곡이 끝날때마다 맥주를 마시고 다음 곡을 연주하던 그 아저씬 참 멋있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언제나 감동을 준다.

나와선 저녁에 먹을 하몽과 맥주 그리고 주전부리를 오리옹 마트에서 사고 숙소로 형했다. 가는길엔 항상 봐왔던 동네 식당에서 차 한잔 하고 가기로 해서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선술집이었다. 파는건 치차 데 호라라는 옥수수로 만든 술과 맥주 뿐이고 동네 주민들이 큰 테이블마다 앉아 치차를 마시고 있었다. 옥수수로 만든 술이 어떨지 궁금해 1솔을 내고 한잔 시키니 동네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신기한듯 쳐다봤다. 특히 맞은편에 앉았던 동네 창년 두명은 우리에게 따봉을 외치며 빨리 마셔보라고 부추겼다. 마셔보니 우리나라 막걸리와 비슷한 맛인데 더 달고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한잔을 더 시키고 마시며 두 청년에게 따봉을 외쳤다. 그리고 마트에서 샀던 강냉이를 선물하니 테이블에 앉아있던 동네 사람들이 깔깔거리며 웃는다. 강냉이를 받은 두 청년은 우리에게 치챠 1잔을 선물해 또 마셨다. 짧은 시간에 3잔의 치챠를 마시는 우리를 보며 옆에 앉은 아저씨는 취하니 조심하라고 말해줬다. 세잔을 원샷한 뒤에야 우린 아쉬워하며 숙소에 왔다.

내일 쿠스코룰 떠나는게 아쉽다. 처음 도착했을땐 환멸을 느꼈는데 이곳저곳 돌아다녀보니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이곳이 참 특별하게 느껴진다. 쿠스코에서의 마지막 밤을 기분좋게 알딸딸하게 보낸 것 같아 마르꾸스와 난 행복 만땅이다.

아 오늘 택시기사님께 여쭤보니 쿠스코의 대표 깃발이 무지개라고 한다. 떠나기 전날에서야 쿠스코의 잉카소울을 조금이라도 느낀 것 같아 좋다.

 

* 페루 추천 식당 : La estación - Alameda Pachacuteq A-3 Santiago Cusco : 츌레따 강추!! 그릴류 다 맛있음 20-30솔 정도. 12솔짜리 샐러드도 강추!! 소스도 다양하고 피자도 맛남!!! 페루에서 드물게 깔끔하고 서비스 좋은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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