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보자/남미순간

고진감래

멜로마니 2014. 12. 24. 01:56

 

 

 

 

 

 

 

 

 

잉카 정글 트레킹 2일차

 

3박4일의 잉카 정글 트레킹 중 가장 힘든 둘째날이었다. 7시간에서 8시간정도 우루밤바 강을 따라 트레킹을 하고 저녁엔 자연온천인 핫스프링에서 휴식을 취하는 스케줄이다. 전날 숙소 공용화장실이 너무 더러워 씻지 못한탓에 아침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아침을 먹는 식당에서 새벽 6시에 모이기로해서 잠도 설쳤다. 여러모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강행군에 걱정이 됐다.

여섯시 삼십분이 넘어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 두시간 정도는 평지를 걷는거라 어렵지 않았고 중간중간 쉬면서 가이드인 지미가 식물이나 동네에 대해 설명해줬다. 페루 정부의 코카잎 재배 제한정책이나 산타로사 둥네가 우루밤바 강의 수위가 높아져 쓸려갔다는 이어기는 특히 인상깊었다. 길을 지나다 요상하게 생긴 과일을 설명해주고 맛보는 시간도 있어 재밌었다.

하지만 평지를 지나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턴 초죽음 상태였다. 두시간 정도를 올라갔지만 그나마 다행인건 정말 힘들어 미치겠을때마다 쉴수있는 쉼터가 나타나 줬다는 것. 숨이 턱까지 차서 힘들때 쉼터가 나와줘서 물도 사먹고 앉아서 쉴수 있었다. 특히 잉카인이 만든 길인 잉카 트레일을 걷기 전 한시간 정도를 쉬었던 쉼터에선 커피 원두를 볶고 가공하는 과정도 보고 다양한 페루 지역의 채소와 과일을 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지미는 발색 효과가 있는 한가지 식물을 보여주며 그걸 이용해 면봉으로 팀원들 얼굴에 다양한 잉카문양을 그려줬다.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고 체험도 할수있어 참 좋았다.

이날의 핵심은 잉카인의 길 잉카트레일을 걷는 일이다. 지미는 잉카트레일 시작점을 알려주며 중간중간 경치가 좋은곳에서 쉬면서 잉카의 역사 이야기도 해줬다. 걸을때마다 아찔하고 우루밤바강이 무섭게 느껴졌지만 잉카사람들이 협동해서 만든 길을 걸으니 신비로움이 몰려왔다.

잉카트레일을 걷다가 내려와 점심으로 스파게티를 먹고 삼십분을 쉰뒤 두시간을 걸어 핫스프링에 도착했다. 밥먹고 두시간은 거의 평지였지만 그래도 새벽부터 트레킹을 해서인지 너무 힘들었다. 핫스프링에 도착하기 10분 전쯤엔 우루밤바 강을 건너는 케이블카를 탔는데 사람이 직접 줄을 잡아당기고 밀어야 하는 수동이라 신기하면서도 타면서 무서웠다. 참 별별걸 다해본 날이다.

핫스프링에 도착해선 마르꾸스와 일단 쿠스케냐 맥주 한병을 원샷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 뜨뜻한 물로 들어갔다. 산속에 이런 자연온천이 있는것만으로도 신기한데 생각보다 시설도 좋고 규모도 커서 확실히 릴랙스가 됐다. 마르꾸스와 열심히 논뒤 전날 씻지못한걸 대신해 깨끗하게 씻어주니 기분이 정말 상쾌했다. 새벽 여섯시부터 일어나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

하루종일 정말 힘들어서 뭘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몸은 축나지만 그래도 만족감이 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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