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보자/남미순간

롤러코스터

멜로마니 2014. 12. 19. 21:47

 

 

 

 

 

 

 

 

 

쿠스코에서 첫날 기분이 정말 거지같았다면 둘째날은 그보다 나았다. 그렇지만 감정변화가 하루에도 롤러코스터처럼 위아래를 수십번 오간다.

숙소를 그나마 나은곳으로 옮겼지만 이숙소도 오래 있을곳은 못됐다. 일인당 하루 만원짜리 숙소인데 뜨거운물은 아침에만 나오고 공용주방엔 가스불이 없어 우린 다시 숙소를 찾기로 했다. 여기 사람들은 리마, 와라스보다 더 상업적이고 간신배같다. 말로는 내일 가스가 들어온다고 하고 다 된다고 하지만 일단 돈을 내고나면 나몰라라 하는식이다. 마르꾸스는 브라질에서 산적이 있어서 남미사람들의 이런 모습이 익숙하다했다. 여기선 아무도 믿어선 안된다는 말이 진심으로 와닿는다. 믿는사람만 바보가 되고 속이 터진다.

여튼 아침엔 전날 마트에서 산 내사랑 패션프룻 주스를 마시고 기분좋게 바깥을 나왔다. 새로운 숙소를 알아보러 다니면서 점심을 먹을 식당을 발견했는데 돈까스처럼 치킨을 튀겨 샐러드와 밥을 주는 요리가 5솔이었다. 너무 저렴한 가격에 우린 즐겁게 한끼 식사를 했다. 전날 광장에선 손바닥만한 피자를 12솔주고 사먹었는데 여기선 식사 2인분에 파인애플 주스와 파파야주스를 총 12솔에 먹었다. 광장을 벗어나 조금만 올라가면 이렇게 주민들이 먹는 식당이 많아 앞으론 이런데서 저렴하게 먹기로 했다.

먹고 나와선 광장 중심부로 내려와 0.5솔짜리 젤라틴을 디저트로 먹고 기념품 시장을 둘러봤다. 언니 결혼식 축가에 쓸 페루 악기를 7솔에 사고 마르꾸스가 입을 티셔츠 두개를 22솔애 샀다. 물론 디스카운트는 필수!

둘러보고선 인터넷까페에 가 사진을 옮기고 마추픽추 트레킹 정보를 찾아봤다. 그리고 쿠스코 맛집과 좋은 까페를 알려주는 프랑스 블로그를 봐서 상호명과 주소도 적어놨다. 쿠스코는 헬이기때문에 여행객들이 맘놓고 힐링할수있는 장소가 분명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있었다. 인종에 상관없이 여기에 있는 여행객들은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인터넷을 하고나선 프랑스 블로그에서 본 디저트까페를 찾아 걸었다. 중간중간 마르꾸스가 길을 물어가며 도착. 아니스 허브차와 딸기 치즈케이크 그리고 근대파이(또르따 데 아셀가)를 먹었다. 까페엔 우리같은 여행객들이 힐링중이었다. 까페에서 먹은게 18솔이었으니 점심값보다 비싼거지만 그래도 진짜 휴식을 취할수 있어 좋다. 우린 쉴때마다 도대체 이놈에 나라는 어떻게 굴러가는지, 여기 사람들 멘탈은 어떻게 된건지 의아해하고 나름의 분석을 해본다. 그리고 결국은 답이 없다로 끝난다. 우리가 이들의 땅에서 떠나주는게 최고의 솔루션이라는 생각만 든다.

까페에서 나와선 잉카트레일 투어를 알아보러 피아페루 에이전시로 향했다. 알고보니 이사를 해서 에이전시를 찾는데만 거의 한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도와준 한 중년 커플이 아니었다면 우린 계속 헤맸을것이다. 여튼 도착해서 3박4일 트레킹 설명을 듣고 가격을 물으니 인당 578달러라고 해서 기겁하고 나왔다. 힘들게 찾아서 갔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니 힘이 빠져 숙소로 터덜터덜 걸어 돌아왔다. 돌아오니 숙소 주인 남자가 새타올은 3솔을 더내야 한다고 해서 우리의 기분은 더더욱 바닥을 쳤다. 미친놈 진짜 여기 인간들은 멍청한건지 생각이 없는건지 돈을 버는법도 모르고 서비스라는것도 없다. 내가 주인이라면 작은것들을 챙겨줘서 몇일을 더 있게 할텐데 참 바보같고 미련하다. 나중에 여주인이 이틀에 한번 새수건을 주겠다고는 했지만 이미 쿠스코 자체에 미련도 없도 기대도 없어졌기에 아무런 생각도 없다. 여튼 방에 들어와서 마르꾸스 붙잡고 울었다. 이런곳에 같이오자고 했던 내가 너무 한심하고 미안해서였다. 그래도 이 지옥같은 곳에 마르꾸스와 둘만 있으니 우린 어느때보다 더 끈끈하고 애틋하다. 모든걸 함께 나누고 토닥일수있어 감사하다. 마르꾸스와 함께함에 이번 여행의 의미가 있다.

둘이 꼬옥 안고 한참 울으니 배가고파 저녁을 사러 바깥을 나왔다. 원래 흰밥을 사려했는데 가게가 닫아 3솔짜리 햄버거를 사서 가져왔다. 울고먹어서 그런지 더 꿀맛이었다. 맨날 여기 욕하고 싫다고 하면서 이렇게 맛있고 싼걸 먹을땐 너무 좋아하는 나를 발견할때면 마르꾸스는 내가 무섭다고 한다. 나도 이제 내가 무섭다. 내 멘탈도 점점 여기 사람들처럼 없어지고 있는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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