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보자/남미순간

쿠스코 환멸

멜로마니 2014. 12. 18. 05:51

 

 

 

쿠스코에서의 이틀째. 어젠 정말 악몽같았다. 15일 오후 두시에 리마에서 버스를 타고 쿠스코를 향해 출발. 운좋게 2층 맨 앞자리를 예약해서 발뻗고 편하게 바깥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치만 버스로 쿠스코까진 21시간.. 버스를 이렇게 오래 타는건 첨이라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고 버스에 탔다. 이까-나스카를 지나고 중간에 사람들도 타고내렸고 밤 아홉시쯤 저녁을 줘서 먹고 계속 앉아 밖에만 쳐다봤다. 페루는 산이 많아 버스 속도는 90키로 미만으로 달리고 길이 무지 좁은편이다. 구불구불 산길을 달릴땐 심장이 벌렁거린다. 가끔 낭떠러지쪽엔 사고가 나 죽은 사람들을 추모하기위한 십자가도 심심찮게 보여 밤엔 잠을 잘 못잤다. 물론 마르꾸스는 쿨쿨 잘잤지만.

버스를 탄지 열다섯시간이 넘어가고 미쳐갈무렵 버스에서 테이큰을 틀어줘 우린 다행히 살수있었다. 사실 버스에선 영화를 7개정도 틀어줬는데 다 별로였고 테이큰이 최고였다. 우리뒤에 탄 프랑스 여행객들과 우리 둘은 흥미진진하게 영화를 봤고 그덕에 쿠스코에 덜피곤하게 도착했다.

내려선 부킹닷컴에서 예약해둔 숙소를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도착해서 나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사진 속과는 완전 딴판이었고 공용 욕실과 화장실은 묘사하기 역겨울정도로 드러웠다. 이틀을 못씻었기에 억지로 씻고나선 우린 다른 숙소를 찾기로 결정. 부리나케 나와 중심부쪽으로 걸으며 숙소들을 둘러봤다. 본곳중 괜찮은곳이 있어 거기로 일단 옮기기로 하고 점심을 먹으러 광장 근처로 갔다.

숙소 충격 때문인지 쿠스코에 환멸을 느꼈다. 광장 근처는 어찌나 바가지도 심하고 호객도 심한지 먹는둥 마는둥하도 공원에 멍때리고 앉아있었다. 내가 미쳤다고 여길 돈주고왔나 싶었다. 마르꾸스한테 괜히 짜증만내고 울고 아주 모노드라마를 찍고나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일단 숙소만 옮겨도 기분이 좀 나을것같아 가방을 싸서 숙소를 옮겼고 마르꾸스와 멘붕된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근처 마트에서 저녁거리를 보러 갔다. 마트에서 일회용 컵과 라면을 산뒤 식당 아무데나 들어가서 뜨거운물과 흰쌀밥을 6솔주고 샀다. 아주머니가 라면을 넣은 컵에 물을 담아줘 숙소로 가져가 저녁으로 먹으니 화나고 짜증나는 마음이 풀렸다. 마트에서 산 참치통조림에 밥을 먹으니 한국이 그리워졌다. 마르꾸스는 감자칩에 맥주도 한병했다. 밥을 먹으니 그래도 지쳤던 마음이 조금씩 나아졌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첫숙소 주인놈은 개새끼다. 썅놈 지옥에 떨어져라.

쿠스코에서 12월 말까지 있을 예정인데 제발 행복한 연말을 보냈으면 좋겠다. 마르꾸스와 멋진 시간들을 만들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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