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보자/남미순간

멜로마니 2014. 12. 10. 11:21

새벽 두시에 깼다. 무서운 꿈을 꿨고 일어나니 속이 안좋았다. 여기서 악몽을 꾼걸 생각해보니 모두 무의식의 발현이란 생각이 든다. 평소엔 전혀 생각지 않은 사건들이 꿈에 무섭게 나타난다. 이렇게 의식화되면 다신 꿈으로 나타나지 않길 바랬다.

고산병 탓인지 여기선 4시간 이상 잠을 못자겠다. 속이 더부룩하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래서 새벽에 깨고 다시 자고를 반복해서 몸이 피곤한 편이다.

내가 아침잠에 빠졌을때 마르꾸스는 혼자 아침 산책을 다녀왔다. 다시 돌아왔을땐 손엔 꽃과 멜론이 들려있었다. 2.5솔에 모두 사왔다는 소리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렇게 예쁜 꽃다발이 1.5솔이라니.. 길에서 파는 것들은 우릴 행복하게 한다.

아침식사를 하고선 버스투어를 하러 아르마스 광장쪽으로 갔다. 그런데 당일 버스투어는 모두 매진되서 시간이 붕 떠버렸다. 라스피야다스라는 얼음보숭이를 하나 먹고 주변을 걷다가 예쁜 정원을 발견, 박물관 정원인걸 확인하고 박물관에 들어가 구경을 시작했다. 와라스가 속한 지역의 고대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디테일이 살아있는 예술품들을 보며 대단함을 느꼈다. 미이라도 있어 진짜인지 가짜인지 논쟁이 오갔는데 마르꾸스가 물어본 결과 진짜 미이라였다. 다보고 조각 바위상이 많은 정원을 구경했다. 페루는 공원마다 깔끔하게 정돈되어있어 쉴때 참 좋다.

박물관을 나와선 점심을 먹으러 돌아다녔다. 길거리에서 1솔짜리 다양한 먹거리를 사먹었다. 메추리알, 감자, 파인애플을 먹고선 치파에 가서 치킨밥을 1인분 시켜 나눠먹었다. 여기 사람들은 정말 4인분같아보이는 밥을 혼자 다먹는다. 우린 1인분도 많아서 둘이 나눠먹는데 여기 사람들이 산처럼 쌓인 볶음밥을 혼자 먹는걸 보면 내 속이 답답해진다. 어떻게 저렇게 밥을 많이 먹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역시 오후 늦게부터 비가 내렸다. 꼭 하루에 한번은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릴때면 초겨울 날씨처럼 춥다. 숙소에서 잠이 들어이있을때 마르꾸스가 밖에서 사탕수수와 코카잎을 사왔다. 사탕수수를 정제하면 설탕이 되는건 알고있었지만 이렇게 1솔애 봉지에 넣어 파는걸 보니 신기했다. 고산병을 겪는 날위해 마르꾸스는 코카잎을 계속 씹으라고 말해줬다. 사탕수수를 씹으면 무지 달고 코카잎을 씹으면 무지 쓰다. 둘다 씹다가 뱉어내면 되는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며 극단의 맛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와라스는 보면 볼수록 참 신기한 곳이다. 이 높은 곳에 수많은 사람이 살고있고 물지가 넘쳐난다는게 신기하다. 그리고 물가가 싸다는 것도 신기하다. 1솔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400원정도 하는데 길거리 물가가 정말 저렴하다. 둘이 하루종일 배터지게 먹어도 2만원이 안된다. 여기 사람들은 메추리알 5개를 1솔에 팔아서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시장을 둘러보면 야채, 고기 등 식재료 가격이 정말 저렴하기 때문에 먹을게 그만큼 풍족한 것 같다. 언제 떠날지 장해두지 않아 맘편히 지내고 있다. 마음 내키는데까지 지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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