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보자/남미순간

천국인증

멜로마니 2014. 12. 8. 08:56

리마 공항에서 한시까지 잠자고 시간때우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시내로 들어갔다. 택시비를 깎아 45솔에 2주전에 묵었던 1900 백패커스 호스텔에 내렸다. 배낭이 너무 무거워 저녁 버스를 타기 전까지 맡겨줄수있냐고 하자 흔쾌히 무료로 짐을 맡겨줬다. 호스텔 분위기도 좋고 미라플로레스에 있는 숙소들보다 훨씬 저렴할뿐만 아니라 주변이 구시가지라 물가도 싸서 여러모로 맘에 드는 곳이다. 여튼 짐을 맡기고 2주전 먹고 반한 치파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토요일이라 치파엔 사람이 가득했다. 우리빼고 다 페루 사람들이었으니 페루에서도 중국음식은 인기가 높은것 같다.

점심을 먹고선 레알플라자에 갔다. 구시가지에 위치한 쇼핑몰치곤 상당히 세련된 곳이다. 거기서 팬티를 3장에 7솔 주고 사고 마트에 붙어있는 은행에서 환전을 했다. 1달러당 2.89솔로 쳐줘서 200불을 환전했다.

밤 10시 반 버스라 그시간 전까지 쇼핑몰과 공원을 돌아다녔다. 구시가지는 관광지가 아니라 동양인이 우리밖에 없어서 사람들이 지나갈때마다 신기하게 쳐다봤다. 쇼핑몰엔 먹을것도 많아서 배터지게 기름진걸 먹었다. 갈라파고스를 다녀오니 물가가 정말 싼걸 실감했다.

어떻게 어떻게 시간이 흘러 버스를 탔다. 심야버스로 와라스를 가는데 도착은 새벽여섯시 반이다. 페루는 버스가 굉장히 잘 운행된다. 침대식으로 갈수있는 버스가 제일 비싸고 그다음이 세미까마로 우리나라 우등버스 같이 뒤로 많이 누울수있는 버스가 있다. 물론 제일 싼건 그냥 의자지만 하룻밤을 자는거라 세미까마로 결정했다. 호스텔에서 인연을 맺은 택시기사 아저씨가 추천해준 버스회사를 이용했는데 한국돈으로 24000원정도 했다.

버스는 2층짜리도 흔들림이 없어 굉장히 편했다. 출발하면 여승무원이 함께 동행하고 간식거리와 차를 나눠준다. 전날 제대로 못자서 바로 뻗어버렸다.

눈을 뜨니 동이 터있고 버스 창문 밖으로 시골 풍경이 보였다. 와라스는 산악지대라 고산병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도착할때가 되니 숨쉬는게 답답하고 속이 울렁거렸다. 그래도 내리니 괜찮아졌다. 짐을 찾아 택시를 타려하니 기사마다 부르는 가격이 천지차이다. 어떤 아저씨는 10솔을 달라고 했는데 옆에서 고산병 약을 먹던 중국인이 택시 적정가격이 4솔이라고 알려줘 바가지를 안쓰고 숙소까지 도착했다. 체크인 시간은 1시지만 임시로 방을 줘서 거기서 두시간정도 자고 바깥을 나가봤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시내엔 장이 들어서있었다. 리마에선 한번도 본적 없는 전통의상을 입은 할머니들이 걸어다니고 사람들이 북적였다. 작은 마을을 생각했는데 그보다 훨씬 크고 페루 느낌이 물씬 났다. 주스집에 들어가 아침으로 파인애플 쥬스 두잔과 미니샌드위치 두개를 4.5솔에 맛있게 먹고 감동했다. 이렇게 맛있고 싸다니.. 기분좋아져 길거리에서 1솔짜리 파인애플 슬라이스도 사먹고 슬러쉬도 사먹었다. 페루는 길거리 음식의 천국이다. 1,2솔짜리 길거리 음식들을 먹으면 싸고 맛있다. 길을 가다가 수선집을 본 마르꾸스는 갈라파고스에서 산 바지를 2솔을 주고 꼬맸다. 중요부위(?)가 터져서 항상 신경쓰고 다녔는데 수선을 맡기니 행복해했다. 물론 수선을 해준 페루 아주머니는 중요부위가 찢어진 바지를 보고 한참 웃으셨다.

길거리를 구경하는 재미에 빠져 걸어가다가 원숭이를 봤다. 1솔을 내면 점을 봐주는 원숭이였다. 하도 신기해서 1솔을 내니 원숭이 주인 아저씨가 미혼인지 기혼인지를 묻는다. 세뇨리따라고 하니 원숭이가 서랍 한 구석에서 점괘가 적힌 종이를 뽑아 나에게 줬다. 신기하면서도 웃음이 터져나왔다. 점괘는 학문을 하면 좋은 성과가 나온다는 내용이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1솔짜리 믿거나 말거나지만 듣고싶은 말이 적혀있어 기분이 째졌다.

구경을 하며 중간중간 투어 가격도 물어봤는데 에이전시마다 가격 차이가 있었다. 69호수 투어는 차로 태워다주기만 하는건데 30솔부터 60솔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우린 지금 너무 행복해하고있다. 리마보다 물가도 싸고 먹을것도 많고 사람들도 진짜 페루사람같이 생겼다. 일인당 9000원짜리 숙소도 지금까지 묵은곳 중 가장 좋고 멀리 보이는 만년설은 스위스같은 느낌을 준다.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어서 오래 머물고싶은 마음이 든다. 일단 오늘은 못잔 잠을 푹 자고 푹 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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