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보니 마르꾸스와 나의 공통점 몇개를 발견했다. 둘다 그냥 슬렁슬렁 거리를 걷고 사람을 구경하는걸 좋아하고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보는걸 좋아한다. 무엇보다 사소한거에 기쁨을 느낀다는 공통점이 있다. 저렴한 숙소에서 따뜻한 물이 콸콸 나올때, 싼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때 등 하루에도 몇번을 감탄하곤 한다. 갈라파고스에선 물가가 비싼편인데 나름 싼값에 잘먹고 다녔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와라스에 오니 갈라파고스는 바가지였다. 만원도 안되는 호텔에서 아침도 주고 인터넷도 되고 따뜻한 물도 콸콸나온다. 거리에 나가면 1솔짜리 먹을거리가 가득하다. 노점으로 물건파는걸 구경하면 신기해서 한참을 쳐다보게 된다.
오늘은 호텔에서 주는 식사를 맛나게 하고 열시쯤 시내를 둘러보러 나갔다. 아르마스 광장이 중심부라 그쪽 주변을 둘러보고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지도를 받은 뒤 공원에 앉아 얼음보숭이를 또 사먹었다. 얼음을 갈아서 다양한 과일시럽을 뿌려주는 2솔짜리 간식인데 어제 처음 먹고 완전 반해버린 디저트다. 둘이 하나 사서 그늘에 앉아 나눠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어제도 오늘도 동양인이 없어 지나가던 사람들은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점심은 트로피컬 피자와 샐러드 그리고 맥주를 배터지게 먹었다. 트로피컬 피자는 17솔로 여기 물가론 꽤 비싼편이다. 그치만 체리, 황도, 다진 파인애플, 파프리카가 들어가 달콤한 맛이 참 좋았다. 계산할때 주인에게 위조지폐 검사에 대해 마르꾸스가 물어봤는데 진짜 지폐는 막 구겨도 안찢어지고 오돌오돌하고 잉크도 안묻어난다고 설명해줬다. 페루는 위조지폐 검사를 항상 한다. 그만큼 가짜 돈이 많다는 뜻일것이다.
배불리 먹고 숙소에 돌아와 낮잠을 잤다. 여기선 항상 새벽 5,6시에 눈이 떠진다. 그리고 고산병 때문인지 밤엔 머리가 아프고 배에 가스가 많이 찬다. 어젠 건조해서 코가 아파 깼다. 네시간정도밖에 못잤는데 점심을 두둑히 먹고 누워 꿀잠을 잤다.
깨보니 바깥엔 우박이 쏟아지고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숙소 구조가 미음자 모양이라 가운데가 뚫려 비오는게 창문으로 보였다. 여긴 안토니오 아저씨가 말해준대로 매일 한차례씩 비가 무지 많이 내린다. 갈라파고스애선 찔끔찔끔 내렸는데 여긴 스콜처럼 쏟아져서 마음이 시원해진다. 난 비가 정말 좋다.
마르꾸스와 음악을 들으며 비오는날 함께 있으니 정말 행복했다. 한참을 그렇게 같이 있다가 배가 고파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은 어제 먹었던 가게에서 닭고기와 샐러드를 먹고 까페에 들려 라임주스와 치즈샌드위치를 먹었다. 여긴 둘이서 음식을 하나만 시켜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다. 손님이 와도 그만 안와도 그만이고 서비스라는 말이 부담스러울정도로 그냥 편하게 일을 한다. 서비스에 목숨걸고 사람보다 돈이 중요한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비오는 밤 바람막이를 뒤집어쓰고 저녁을 먹으러 길거리를 돌아다니니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저녁전 길에서 1솔짜리 도너츠를 사먹었는데 사진찍은 우리를 보니 파는 아주머니가 한국 사람들은 사진을 꼭 찍는다며 반죽 튀기는걸 꼭 찍으라고 말해줬다. 처음엔 길거리애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을 찍는게 꺼려졌는데 여기 사람들은 사진찍는건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일단 가격을 흥정하면 사기치는 일도 없고 물가보다 음식이 비싸다면 비싼값을 한다. 우릴 신기하게 쳐다보고 순박하게 웃어주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그렇게 웃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