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처음으로 여기서 투어를 해봤다. 레온도르미노(키커락)이라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돌덩이 근처에서 스노쿨링이나 다이빙을 하는 투어다. 거리가 꽤 있기땜에 아침 아홉시에 모여 오후 세시쯤 끝나고 최대 열두명정도가 함께 투어를 받는다. 여덜시 오십분쯤 후아나 아주머니 가게로 가서 기다리니 갈라파고스의 각종 정보가 든 수첩을 주셨다. 시간이 남아 마르꾸스가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후아나 아줌마와 남편에게 물어봤다. 산타크루즈 섬보다 여기가 물가가 싸고 주민들도 많은 이유에 대해 물으니 2차 세계대전 후 가장 먼저 사람이 들어오고 개발된 곳이 산크리스토발 섬이라고 한다. 높은 곳에 민물호수도 있어 더 발달이 빨랐던것같다. 산타크루즈 섬은 더 후에 개발됐다고 하니 조금은 궁금증이 풀렸다.
아홉시 반쯤 투어를 받기 위해 배에 올라탔다. 중간에 해변에 들려 한시간정도 구경을 한뒤 키커락으로 가서 스노쿨링을 하고 점심을 먹고 한번 더 스노쿨링을 하는 스케줄이었다. 중간에 처음 가본 해변을 들릴때까진 참 좋았다. 수영하는 거북이도 보고 산과 바다가 만난 신비로운 풍경들이 보였으니까. 하지만 키커락에 가선 점점 컨디션이 안좋아졌다. 배를 바다에 띄워놓고 스노쿨링을 위해 바다에 한명씩 빠지는데 그렇게 깊은 바다를 들어간건 처음이라 너무 무서웠다. 마르꾸스가 뛰어내리기 직전 구명조끼를 달라고 안했으면 우린 빠지자마자 살려달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구명조끼를 입어 그나마 다행히 스노쿨링을 시작. 너무 깊어 처음엔 아무것도 안보였다. 그치만 키커락 근처에 가자 수많은 물고기가 보였다. 거기에 수영하는 바다사자, 먹이를 찾는 바다거북까지 봐서 참 신기했다. 난 망치상어를 못봤지만 마르꾸스는 상어도 얼핏 봤다고했다. 깊은 바다에서 스노쿨링을 하니 신기하면서도 무서웠다. 난 바다가 무섭다.
1차로 스노쿨링을 하고 배에 오르니 메스껍고 토할거같아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같이 투어를 받은 사람들과 마르꾸스가 챙겨줘서 수건을 온몸으로 뒤집어쓰고 한쪽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기억이 없다.
다시 눈을 뜨니 마르꾸스가 투어가 거의 끝나간다했다. 내가 잠든뒤 점심을 먹고 한번 더 스노쿨링과 다이빙을 했다고한다. 마르꾸스와 나빼고 점심을 무지 잘먹었다는 소릴 듣고 너무 신기했다. 난 울렁거려서 아무것도 먹기 싫던데 서양사람들은 없어서 못먹었다하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난 그냥 빨리 숙소로 돌아가 누워있고 싶었다.
네시쯤 선착장으로 돌아와 씻고 장비를
반납한 뒤 산타크루즈로 돌아가는 티켓을 샀다. 그리고 세탁소에 들려 가격을 물으니 키로당 1.5달러라고 해서 숙소에 돌아가 우리 빨래를 모았다. 지금까지는 그냥 비누로 빨아서 그런지 냄새도 나고 꿉꿉했는데 처음으로 세탁기로 돌리니 어찌나 향긋하고 좋은지.. 갈라파고스에서 묵은 빨래를 해놓으니 마음이 놓였다.
어젠 산크리스토발 섬에서의 마지막 저녁이라 평소 가장 맛있게 먹은 크리스 버거 팩토리에서 하와이와나 버거를 먹었다. 점심을 굶어서인지 순식간에 흡입했다. 다먹고나선 요리사 아저씨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배가 불러 기념품 샵을 돌아다녔다. 여기 물건은 페루보다 비싸지만 질이 좋아 몇가지 선물을 사기로 결정. 에코백, 테이블보, 거북이 목걸이, 열쇠고리를 찜해뒀다.
키커락투어의 후유증 때문인지 밤에도 속이 안좋았다. 투어 크루는 거의 매일 바다에 나간다는데 어떻게 매일 배를 타고 다이빙을 하고 스노쿨링을 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이제 앞으로의 여행에서 바다는 빠이빠이, 산으로만 다니게 된다. 키커락 투어를 하고 바다가 징글징글해졌다. 그래도 낼모레 갈라파고스를 떠날땐 아쉽겠지. 산크리스토발 섬은 찬국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