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섬은 여러모로 좋은 곳이다. 산타크루즈와 달리 물에 짠기가 없고 물도 더 콸콸 나온다. 슈퍼에 있는 물건도 종류가 많고 한끼 식사값도 저렴하다. 거기에 황송하게 에어컨까지 있는 숙소를 찾아 묵고있다. 마르꾸스가 값을 깎아서 돈도 줄었다.
설사병도 멈추고 화상입은것도 얼추 나으니 이제 바깥세상이 눈에 들어온다. 바다사자들이 해변에 누워있거나 파란 바다속을 수영하는걸 보면 나까지 시원해진다. 점심으론 오달러짜리 햄버거 세트를 먹었는데 입맛에 맞았다. 돼지고기를 향신료를 넣어 튀긴 패티였는데 같이 주는 바나나 밀크쉐이크와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다. 먹고나니 커피가 땡겼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갈라파고스에 와선 커피를 한번도 마신적이 없었다. 더위탓인지 갈증이 나서인지 커피생각을 못했던것같다. 한국에선 하루에도 세네잔을 마셨는데.. 공간이 달라졌을 뿐인데 먹고 자는것도 다 달라졌다.
커피를 마시려고 까페에 가니 문이 닫혀있다. 옆 슈퍼에 물으니 보통 세시까진 시에스타로 낮잠을 자고 문을 다시 연다고 한다. 날이 더우니 푹 쉬어주는게 중요한 것 같다.
숙소에 들어가 쉬다가 인포매이션 센터에서 받은 지도를 들고 해변을 둘러보러 나갔다. 여기 해변은 산타크루즈와 달리 바다사자가 무지 많다. 사람반 바다사자 반인 셈이다. 동물과 사람이 함께 해수욕하고 해변에 누워있는 모습은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물론 바다사자 똥냄새는 무지난다. 해변에 마음대로 똥을 싸기 때문에 잘보고 다녀야한다. 해변가는 파도가 적어 수영하기 참 좋지만 햇빛이 너무너무 강해서 수영하기가 두려워진다.
그렇게 두군데 해변을 둘러본뒤 내일 오리발과 스노쿨링 장비를 빌려 다시 오기로 하고 마을로 돌아왔다. 저녁때가 되어 호스텔 앞 작은 식당에 들어가 저녁을 먹었다. 구아바주스, 고기수프, 닭고기와 밥을 주는 저녁세트가 3.5달러로 저렴하다. 고기수프는 정말 나와 안맞았다. 고수가 들어간 요상한 색깔인데 먹자마자 속이 울렁거려서 감자만 건져먹었다. 밥을 먹을땐 축구경기가 있어서 사람들은 모두 티비를 쳐다보며 식사를 했다. 남미사람들의 축구사랑을 실감한 순간이다.
맛있게 먹고 나와선 소화시킬겸 거리를 걸었다. 마르꾸스가 편하게 입는 바지가 없어서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 바지를 본뒤 맘에드는걸 샀다. 난 갈라파고스 지도가 그려진 5달러짜리 연두빛 손수건을 샀는데 너무 예쁘다.
이날 느낀건 여기서 갈증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탄산을 거의 안먹는 편인데 이곳에 온 뒤론 하루에 500ml는 기본으로 마시는 것 같다. 설탕이 들어간 음료수를 많이 마시게된다. 갑자기 탄산을 찾는 나를 보자 마르꾸스는 앞으로 하루에 한번만 마시도록 제한조치를 내렸다. 더워서인지 정신적으로 갈증이 나서인지 모르겠지만 탄산이 무지 땡기는 하루하루다.
자기전엔 햇빛에 탄곳이 너무너무 가려웠다. 나아지는 중에 다시 오래 걷고 햇빛을 쐬서인지 가려워 미칠뻔했다. 손이 안닿는곳마다 마르꾸스가 살살 긁어줘서 어찌나 시원했는지.. 마르꾸스가 없었다면 여행은 참 우울했을것같다.
역시 저녁에 먹은 고수를 넣은 고기수프를 먹어서 밤에 또 설사를 했다. 조금만 먹었던게 천만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