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보자/남미순간

득템

멜로마니 2014. 11. 26. 20:44

새벽에 다시 설사병이 강림했다. 한시쯤 배가 너무 아파 일어나서 설사를 하고 토를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렇게 하고나니 아픈게 가라앉았다. 그래서 잠을 푹 잤다.

나는 심각하게 아픈편이고 마르꾸스는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가 잘 안되는정도. 문제는 물에 있다고 판단, 아침으론 첫날 먹고 별 탈이 없던 살구 요거트와 콘푸레이크를 먹었다. 별탈없이 맛있게 잘 먹었다. 살구 요거트는 여기서 유일하게 나와 맞는 음식이다.

아침먹고 씻고 다윈센터를 갔다. 어제 등이 다 시뻘겋게 타버려서 햇빛을 가리려고 바람막이를 입었는데 어찌나 더운지.. 그래도 갈라파고스는 그늘에만 들어가면 바람이 참 시원하다. 한번 더위를 먹어봤으니 천천히 쉬엄쉬엄 걸었다. 다윈센터엔 갈라파고스 거북이와 육지 이구아나가 있다. 새끼거북이부터 무지무지큰 거북이까지 다양한 거북이들을 구경했다.

다보고 입구쪽 간이매점에 앉아 콜라를 원샷했다. 이렇게 시원할수가..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이래서 탄산에 중독되는가싶다. 간이매점 주인 아저씨에게 여러 정보를 묻고 외로운 조지에 대해 물으니 2년전 죽었다고한다. 죽은뒤엔 뉴욕으로 건너가 내년에 다시 갈라파고스로 돌아올 예정이라고하는걸 들으니 왠지모르게 안타까움이 밀려들었다.

매점을 나와 걷다가 갈라파고스에 사는 학생으로 보이는 뒷모습을 발견. 캡모자에 뒷목부분에 넓게 챙이 된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거다 싶어 기프트숍에 가서 모자를 찾았다. 가격도 다른 모자보다 저렴했다. 그래서 둘이 모자를 세트로 구입했다. 항상 걸을때마다 얼굴이랑 목이 타는걸 걱정했는데 이런 깨알 아이템이 있다니.. 이거면 적도의 햇빛도 무섭지 않을것 같다.

쉬고선 다시 마을 중심부로 걸어왔다. 마침 점심때라 어제 먹었던 샌드위치 가게에서 피자조각을 먹기로 결정.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하와이안피자가 있어 주문한뒤 맛을봤다. 한입 먹으니 이거다 싶다. 눈이 뜨이는

맛이었다. 여지껏 남미서 먹은 음식중 가장 덜짜고 담백했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순식간에 흡입해버렸다. 마르꾸스는 간만에 내가 이렇게 후딱 먹는걸 보니 기분이 좋다했다. 혹시 설사병이 나더라도 또 먹고싶은 피자였다. 돈 많이 벌면 한국에도 이 피자집처럼 가게 만들어서 장사해야지.

맛나게 먹고나선 호수로 향했다. 나무가 우거져있고 호수 주변은 산책로처럼 나무 다리가 놓인 곳이다. 입구에선 한 할아버지가 잠을 자고 있었는데 들어가보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어찌나 고요하고 평화로운지.. 우리도 할아버지처럼 나무데크에 앉아 한참이나 고요한 세상을 즐겼다. 바람부는 소리만 들리는 호수의 모습은 갈라파고스의 새로운 얼굴이었다. 나도 모르게 명상을 하고싶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설사병이 도져서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일 이동할 산크리스토퍼섬 배편을 물어본뒤 숙소에 들어와 다시 넉다운상태. 등은 여전히 불난것처럼 따갑고 배는 짜증나게 살살 아프다. 눕지도 못하는 상황이 짜증나지만 더 짜증나는 상황이 생기면 이것도 감사할 일이 될것이다. 리마에 처음 도착했을땐 그렇게 싫었는데 갈라파고스에 오니 물가싸고 먹을것 많은 그곳이 그리워졌으니까. 사람은 참 간사하다.

마르꾸스와 침대에 누워 아드리아나 깔까뇨뚜 언니의 음악을 들었다. 남미에 와서 들으니 이렇게 평화로울수가 없다. 밤에 들어도 참 좋을 음악이다.

햇빛에 피부가 탄게 찜질을 해도 가라앉지 않아 해가 진 뒤 약국에 갔다. 알로에젤을 줘서 바르니 훨씬 나았다. 그래서 얼굴에도 바르고 목에도 바르고 온몸에 발랐다. 이제 알로에 예찬론자가 될것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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