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보자/남미순간

식욕부진과 설사병

멜로마니 2014. 11. 25. 22:41

도대체 뭐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갈라파고스에 들어와서 계속 설사병이 나고있다. 나름의 추리를 해본 결과 '물'이 가장 큰 것 같다. 이곳은 그냥 나오는 수돗물에도 약간 짠기가 있다. 그래서인지 물갈이를

하는거같기도하다. 또 한가지 의심되는건 남미산 채소와 과일이다. 섬에선 제배가 금지되어 다 뭍에서 실어오는데 정말 더럽게 맛이없다. 감자는 무슨 고무타이어를 씹는거같고 적색양파는 우리나라 양파냄새보다 이백배 강한 요상한 향을 지닌다. 토마토는 맛있겠지 하고 샀는데 오산이었다. 닐씨가

더워 상한게 많고 단맛도 거의 나지 않는다. 과일중엔 서양배를 먹었는데 떫은맛이 났다. 파인애플은 다음에 시장갈때 사볼예정. 날이 더워서 금방 상하기 때문에 뭐든 후딱 먹어야한다.

그래서 결론은 먹을게 없다. 그리고 입맛도 사라졌다. 밤새 오힌과 구토 설사에 시달려서 다 비워냈는데도 식욕이 없었다. 뭐만 먹으면 설사를하니 그럴수밖에. 점심엔 큰맘먹고 7유로짜리 샌드위치를 사먹었지만 둘다 입맛이 없어 많이 남겼다. 분명히 맛있는데 많이 못먹게된다. 더워서 입맛도 사라진 것 같다.

거기에 지금 내 등은 시뻘건 상태다. 따가워서 눕지도 못하고 옷도 못입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미련하게 몇시간동안 선크림도 안바르고 해수욕을 했으니.. 피부가 약해서인지 마르꾸스보다 더 심하게 빨개졌다. 피부나 내장이나 내 몸은 지금 고난을 겪고있다.

그래도 어제 유일하게 좋았던건 바다사자와의 만남이었다. 항상 산책할때면 은행 앞 바다에 바다표범이 올라와있곤했는데 어제 가보니 역시나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신기해 멀찌감치 앉아서 바라보니 갑자기 그 아이가 깨서 우리쪽으로 오는게 아닌가. 물론 우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늘을 찾아 온 것이지만 그덕에 우린 바로옆에서 바다사자를 볼수있었다. 첨엔 무서워서 피하려고했는데 옆에서 같이 보고있던 갈라파고스 주민 아저씨가 "아미고!! 아미고!!" 라며 괜찮다고 안심하라고한다. 여기선 동물과 사람이 모두 친구인걸 실감하며 가까이 앉아 파리도 쫓아주고 한참을 쳐다봤다. 만지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것,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다.

펠리컨, 이구아나, 갈라파고스 게, 각종 새 등 길을 걸을때면 다양한 동물들을 만난다. 살면서 처음 이렇게 아파보지만 이 동물들을 만날때만큼은 아픈것도 잊는다. 나에겐 강력한 비타민이자 진통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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