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행의 4일째. 하루하루가 다사다난의 연속이다. 집나오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이렇게 와닿을수없다. 한국에선 매일 별일없는 무미건조한 생활을 하다가 여기오니 히루하루 사건들을 수도없이 맞딱들이게된다. 그레서 3개월의 여행이 정말 정말 정말 어려운 일임이 실감이 난다.
갈라파고스애 온 첫날 새벽 이상한 노래소리에 잠이 깼다. 밖에서 누가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네시 반. 마르꾸스와 난 노래소리에 잠이 깨버렸다. 그리고 발코니로 나가 노래의 주인공을 칮았다. 바깥을 보니 네명의 무리 중 한 아저씨가 기타를 치며 구슬픈(?)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동트기 전 갈라파고스의 독특한 풍경으로 인상적이었지만 한편으론 짜증이 밀려왔다. 조용필 목소리와 흡사한 이 아저씨 덕분에 일출까지 짐도 못잤으니까. 이떼부터 피곤함의 시작이었다.
결국 뜬눈으로 있다가 아침을 먹고 다음 숙소를 찾을겸 바깥으로 나왔다. 동네 슈퍼에 들려 물과 요거트 남미식 이침식사인 엔빠니다를 사서 나눠먹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방금 튀긴 엔빠나다는 환상의 맛이었으니까! 먹고나선 저렴한 가격으로 부엌이 있는 숙소도 찾아 그곳으로 짐을 옮겼다.
짐을 옮긴 뒤 택시를 타고 장을 보러갔다. 거기서 과일 야채를 사고 쌀과 요리 재료도 구입한 뒤 시장 한켠에 있는 노상에서 점심을 먹었다. 돼지고기, 퓨레, 옥수수, 양파샐러드를 큰 접시에 담아 주는 음식이었는데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게걸스럽게 먹는 우리를 보며 신기해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선 남은 여행 경비를 정리했다. 계산해보니 앞으로 하루 30달러 안에서민 돈을 써야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돈이 없다는걸 깨닫자 모든게 우울해졌다. 안그래도 돈없어서 식당밥도 못사먹는데 더더욱 절약해야하니 정신이 배고파졌다. 그래서 자꾸 허기만 진다.
경비를 정리하곤 인포메이션센터를 찾아갓만 문이 닫혀있었다. 가는길엔 누워 낮잠을 지고 있는 바다사자를 봐서 기분이 좋아졌다. 이후 조금 걷다가 토르투가베이라는 해변을 가보기로 결정. 걸어서 가다가 떡실신했다. 왕복 한시간 반정도 걸렸는데 덥고 목말라 죽을뻔했다. 둘다 떡실신해서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해먹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먹는둥마는둥하고 저녁 여덜시부터 내리 쳐잤다.
너무 힘든 하루였다. 좋은 풍경과 동물들을 볼땐 무척 좋았지만 하루종일 숙소 찾고 장보고 해변 다녀오는게 우리의 체력을 고갈시켰다. 진짜 토르투가베이 갈땐 여기서 죽는구나 싶었다. 가도가도 끝이 없어서 무슨 지리산온줄 알았음.
생각해보니 한국선 많이 먹고 적게 움직였는데 여기선 적게 먹고 하루종일 움직인다. 음식이 몸에 맞는데 시간도 걸려서 설사병나고 또 체력 떨어지고 그런데 땡볕에 돌아다니니 힘들수밖에.. 섬이라 먹는게 귀하고 물가도 비싸서 먹을수있는것도 한계가 있다. 그렇게 우린 갈라파고스에서 거지꼴로 생활하고있다.
앞으로의 섬생활이 궁핍할것만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 날. 먹는것좀 제대로 먹고 싶다. 이런건 진짜 리마가 훨 낫다. 정신도 육체도 궁핍해지기 전 대책을 세워야한다. 근데 내일 또 수영하러 토르투가베이감 ㅜㅠㅜㅠ 아 가다가 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