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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자립인간 - 변현단

멜로마니 2014. 11. 3. 20:37




자립인간 │ 변현단 │ 이담북스 


자립 : 남에게 예속되거나 의지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섬


평소 자연에서의 삶을 막연히 꿈꿔왔다. 많은 사람이 그럴것이다. 오감이 행복한 자연에서의 삶을 어찌 빠르고 속절없이 흘러가는 도시에서의 삶과 비교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자연에서 살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멀리서 바라본 자연은 아름답지만 삶을 살아가는 터전으로서의 자연은 그렇게 따뜻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스콧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을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이를 느꼈을 것이다. 문명의 편안함을 내던지고 자연이라는 무대에서 모든걸 자급자족 하는 일은 갑절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자연에서의 삶은 진정 '자립'의 삶이 된다. 자연과 함께 삶을 꾸려나가는 것,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 그게 '자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 '자립인간'은 저자의 자립 노하우를 담고있다. 크게 보면 자립에 대한 성찰, 실행 그리고 확장이 책을 이룬다. 평소 소비에 회의가 들었던 나로썬 참 매력적인 차례였다. 내가 가진 회의감이 첫장인 '자립의 성찰'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다. 소비를 통해 자존감을 느꼈거나 소비가 주는 행복감의 한계를 막연하게나마 느낀 사람이라면 우린 저자로부터 이를 빠져나올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자기가 공급하여 살아가는 것, 그리고 알맞게 욕구하고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는 '자립'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먼저 저자의 문제제기를 살펴보자.


태어나면서 '소비'를 배우고 '소비'가 전부인 사회에서 '도시의 로망'을 익힌 어린이들에게 '자립'이란 원시적인 일로 비칠 것이다. 사회문화 시스템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와 기업은 '국민들'에게 소비가 최대의 미덕임을 주지시키기 위해 태어날 때부터 상품 소비를 위한 완벽한 학습 환경을 만들어 그들의 생애를 통째로 길들인다. 국민들로 하여금 좋은 직장을 얻어 많은 연봉을 받아 그것을 소비하는 것을 '행복의 척도'로 삼도록 말이다. '행복의 척도'를 알려주는 것, 그런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 기업은 사람들을 소비에 길들이고, 그 소비를 위해 기업으로부터 발탁되어 일하게 하는 것, 그것이 엘리트 코스이며 행복한 삶이라고 가르친다. 평생을 기업의 지배논리에서 살 수 있도록 기업의 행복을 개인의 행복과 완전히 일치시키는 사회문화를 완성한 셈이다. 27p


정부는 인식을 강요할 뿐만 아니라 가난하다고 한 그 삶을 벗어나 도시로 향하도록 명확한 지침을 내려주었다. 도시로 향한 우리의 삶은 병원에서 시작해 병원에서 끝나는 삶, 일회용 기저귀를 일회용 생리대로 일회용 팬티를 입고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일회용의 남용은 생태환경을 파괴시키고, 내 몸마저 암과 알 수 없는 피부병을 생기게 했다. 매번 갈아입는 멋진 옷과 멋진 집, 멋진 데이트를 위해, 하루 써야 할 돈을 얻기 위해 끊임없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생존법을 익혀야 하는 그런 도시문명이 준 '부자'라는 환상을 좇아 아무리 일해도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쳇바퀴 뿐이었다. 일한 것의 이익도, 도시문명의 혜택도 소수의 부자들만이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38p 


'소비'라는 굴레에서 본 삶은 참 허무하다. 그럼에도 우린 국가와 자본이 심어놓은 '행복'이라는 환상에 빠져 소비를 하고 행복을 갈망한다. 특히 도시에선 '소비'없는 행복은 상상할 수도 없다. 입고 마시고 쓰는 즐거움이 없다면 도시의 유지는 어렵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깊게 자리잡혀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반자본, 반문명의 공간인 농촌에서의 삶을 회복해야 한다. 무조건적 소비가 아닌 나에게 꼭 필요한 만큼만을 소비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냐 반문할지 모른다. 도시에서 누리던 신속하고 편리한 생활을 포기하고 스스로 모든걸 자족하는게 가능하냐 물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가능하다 답한다. 그녀 역시 도시의 달콤함을 버리고 자연 속에서의 삶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립의 성찰을 한 뒤 그에 이은 실행과 확장은 저자가 농촌에서 살며 얻게된 지혜를 담고 있다. 자급자족은 결국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 세가지를 자족하는 방식이 담겨있는 셈이다. 


책에 담긴 저자의 생활을 살펴보면 하루는 온전히 '의,식,주'를 위한 시간이다. 계절에 따라 일과는 다르지만 시간에 맞춰 먹을걸 구하고 땔감을 찾으며 밭을 일군다. 모든건 자연에서 필요한 만큼만 얻는다. 홀로 살기 때문에 소비라는 말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적게 먹고 생활한다. 꼭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먹는 셈이다. 자연에서 나는 것들을 먹으니 몸은 더욱 편안하고 순해질 수 밖에 없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몸을 조절하고 생활도 맞추니 말그대로 '자연스러운' 삶이다. 의,식,주 중에서 옷의 경우엔 넘치는 문명의 혜택(?)으로 차고 넘칠만큼 옷이 가득하니 걱정할 필요도 없다. 저자의 하루하루를 읽다보면 결국 자연 속에 내 몸 하나를 영위하는 일은 생각처럼 그렇게 거창하지도, 불가능한 일도 아님을 알게된다. 


그래서 책 '자립인간'은 자연 속 인간의 자립은 충분히 가능함을 말해준다. 스스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거나 더이상 소비의 노예로 도시라는 공간에서 살고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저자가 보여주는 자립의 삶은 용기를 낼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주위를 둘러보게 될 것이다. 내가 지금 소비하고 있는 것들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또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를. 나역시 이 책을 읽고 내가 소비하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둘러봤다. 여전히 막연하게 도시의 삶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지만 책을 읽으며 보다 자연스러운 삶을 살고싶다는 욕구가 밀려왔다. 자연스럽게 살기는 결국 '나'답게 살기다. 나답게 사는것엔 화려한 포장이 필요 없다. 그렇기에 앞으론 알맞게 욕구하는 지점을 찾아갈 것이다. 소비를 경계하고 필요한 만큼만 소비할 것이다. 그게 '자립인간'의 첫 출발일테니까. 마지막으로 혼자 읽기 아까운 저자의 진심어린 고백을 적어두고 싶다. 


자족이란 우리 삶을 관통하는 것이다. 젊었을 때는 사회와 국가에 바라는 것이 많았다. 국가가 우리의 행복을 위해 움직여 줄 것이라는 환상이 있었기에, 바라는 것만큼 현존 사회와 국가를 개조하기 위한 투쟁을 했다. 그러나 국가권력은 우리 개인의 행복을 위해 싸워본 적이 없었음을 알게 되었다. 결국 나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내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며 흙이나 자연 속에서 지내는 것이 나의 본연의 행복을 찾는 길이라는 것을 알았다. 흙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부끄럽지 않고 수치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