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자/단상

[기록] 우리의 시간들

멜로마니 2014. 6. 2. 20:53





밥을 해먹이고 싶다. 누군가를 좋아할때면 맛있는걸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여태까진 그렇게 요리를 해본 적이 별로 없다. 사랑을 요리로 표현하는건 언제나 꿈꿔온 일인데, 상황이 여의치않아 여지껏 꿈만 가지고 살아왔다. 집에선 누가 해놓은 밥만 혼자 후딱 해치워버리니 딱히 요리할 일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엔 그 행복을 마르꾸스와 함께 나누고 있다. 마르꾸스는 옥탑에 산다. 이 역시 내 로망인지라 내가 원하는것처럼 사는 그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낄때도 있다. 남자답고 솔직하면서도 낭만적이기도한 마르꾸스는 이렇게 옥탑에 파라솔을 가져다놓았다. 낮이면 푹푹찌는 옥탑이지만 밤만큼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요며칠 일로 바빴던 그를 위해 어제 오후엔 요리모드로 돌입 ! 마침 오차즈께를 꼭 해주고 싶었던차라 새로지은 밥과 김치, 김을 얹어 따뜻한 오차즈께를 해주니 처음 먹어본다며 즐거워한다. 평소엔 반찬도 잘 챙겨먹지 못하니 소금과 간장으로 간한 계란찜과 냉장고에 있던 재료를 모아 제육볶음도 해봤다. 여기에 맥주까지 마시니 사랑이 담긴 식사를 만드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란 걸 느낀 어제였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 해져선 촛불을 켜두고 야경을 한참 감상했다. 서운하거나 풀리지 않았던 감정들을 되도록 쌓아두지 않고 이야기하는 편이어서 어젠 그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로 행복에 젖어있었다. 난 지금까지 참 겉치레떠는 연애만 해왔던 것 같다. 이렇게 편할 수 있는데, 이렇게 소소한 행복이 있는데, 소비에 젖어 환상에 젖어 둘만의 시간들을 만들어보지 못했다. 그와 함께 쉬는 것, 그리고 우리 둘만의 시간을 만드는 일은 너무나 소중하다.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 데이트를 하지 않아도, 혹은 과한 욕심으로 에너지가 꺾일때도 우린 맘편히 쉴 곳이 있다. 그곳에서 맛있는걸 해먹이고 함께 바람이 불고 비오는 소리를 듣는 일이 참 행복하다. 물론 적은 시간이어서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분명한건, 지금 우린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