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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퓨어(2010) - 리자 랑세트

멜로마니 2014. 3. 26. 17:57


퓨어 │ 리자 랑세트 │ 2010 │ 알리시아 비칸데르. 사무엘 플로러



'순수함'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순수는 어떤 모습일까. 돌아보면 난 순수가 갖는 맑고 깨끗한 이미지에 갇혀 현실에서 순수하다는 것을 제대로 본적도, 느낀적도 없다. 순수는 그저 이미지일뿐 삶 속에 들어온 적이 없었으니까. 이런 내가 '순수'를 만났다. 바로 스웨덴 감독 리자 랑세트의 영화 '퓨어'의 여주인공 카타리나(알리시아 비칸데르)를 통해서다. 그녀의 모습을 보며 진짜 순수함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꼈다. 바로 여기, 새로운 세상을 통해 순수를 담아내는 소녀가 있다. 


남자친구의 집에 사는 스무살 카타리나(알리시아 비칸데르)는 가난하고 궁핍한 삶을 살아간다. 정신병을 가진 엄마까지 둔 그녀는 희망없는 하루하루를 살던 중 처음으로 모짜르트의 음악을 듣게 된다. 그순간 삶이 새롭게 바뀐 카타리나는 미친듯이 클래식을 듣고 그 아름다움에 빠진다. 그러던 중 우연히 들어간 클래식공연장의 안내데스크에서 일을 하게 되고 그때부터 그녀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 곁에서 하루하루를 함께한다. 물론 여기에 사랑이 빠질 수 없다. 엄마, 남자친구 그리고 친구들이 모두 TV를 보고 술을 마시며 의미없는 인생을 보낸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강력한 존재가 나타난 것! 음악에 빠진 카타리나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아담(사무엘 플로러)과 사랑에 빠진다. 키에르 케고르 이야기를 하고 클래식을 들려주는 아담은 카타리나에게 어쩌면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소중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카타리나, 그녀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사실 카타리나와 사랑에 빠진 아담은 그녀를 사랑한다기 보단 그저 자기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그녀를 만났다고 볼 수 있다. 처음 음악에 눈 뜬 순수한 그녀의 앞에 '용기만이 살길이다'를 말하는 그에겐 전형적인 위선적 태도가 보인다. 아내 몰래 카타리나와 밀애를 나누지만 자신이 가진 지위와 조건 속에 숨어버리는 그의 모습은 카타리나의 불행을 암시해준다. 결국 남자친구를 버리고 아담에게 모든걸 건 카타리나지만 그는 그녀를 무시한다. 그리고 잔인하고 비겁하게도 안내데스크 일까지 못하게 만든다. 졸지에 집도 사랑도 일도 잃은 카타리나에게 남은건 절망 뿐이다. 처음으로 뭔가를 사랑하고 용기를 냈는데 자신에게 남은건 비극적 불행뿐인걸 확인 한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소녀가 겪는 사랑을 통해 위선적인 세상 속 그녀의 첫 도전장을 보여준다. 허름한 옷차림에 집 없이 길거리에서 자는 그녀지만 음악을 통해 아름다움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는 카타리나의 모습엔 진정 '새로운 인생'이 보인다. 의미없이 시시한 세상만 보던 그녀가 처음으로 클래식을 듣고 강한 울림을 받은 것이다. 20여년간 문제아로 낙인찍힌 삶을 살아온 그녀의 모습에서 순수를 느낄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그것은 카타리나가 자신이 느낀 그 아름다움을 지키려는 노력에서 나온다. 남들이 냉대하고 무시하더라도 그녀는 끝까지 자신을 감동시킨 그 무언가를 위해 산다. 그리고 그렇게 폭풍우같던 시련이 지난 뒤 그녀의 모습은 순수함에 더한 '강함'이 느껴진다. 온몸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지키는 것, 그리고 그 아름다움에 내 전부를 적시는 것, 바로 거기서 순수는 빛을 발한다. 그래서 영화 속 '음악'으로 대변되는 예술을 장식으로 여기는 모든 사람들과 달리 카타리나의 모습엔 지고지순한 순수함이 가득하다. 영화 중후반, 카타리나가 일자리를 잃고 처절하고 지독하게 몸부림치는 그 모습에서도 난 순수를 느꼈다. 어떻게든 행복을 지켜내려는 그녀의 모습은 충분히 아름다웠으니까.  


난 영화를 울면서 봤다. 영화 시작부분, 카타리나가 모짜르트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고 하는 순간부터 그녀의 이야기는 마음을 울렸다. 분명 우리에게도 이런 사건이 있다. 아주 단순한 순간임에도 삶을 흔들어 놓는, 그리고 그를 통해 인생의 전과 후가 전복되어버리는 그런 사건들. 카타리나는 그게 모짜르트의 음악이었던 셈이다. 내가 몰랐던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게 되면 이후의 삶은 매순간 감동과 전율로 다가온다. 물론 그만큼의 고통도 존재한다. 어쩌면 그렇기에 평범한 우리들은 적당히 타협을 보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타리나는 그렇지 않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난 그녀는 끝까지 그걸 지켜낸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순수'는 어떤것보다 아름답고 강한 것 같다. 날 울렸던 인트로의 대사를 남기며 '순수함'을 지키자 다짐을 해본다.



시간은 항상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헛되이 보내지 마라

아니면 몸이나 함부로 굴리는 신세가 될테니

유투브에서 처음 모차르트를 들은 게

일년전이다

유치한 노래만 듣다가 날 휘감는 선율에

어느새 빠져들었다

그 후로 다른건 시시해졌다

꼴리는대로 지껄이는 허접한 노래들

하지만 이제 상관없다

모든걸 떨치고 건너편으로 헤쳐왔으니

남루한 현실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들의 세계로






* ost 中 Second Life Replay - Californication *




출처 : http://youtu.be/VOvAOB9_gPI


가사가 진짜 주옥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