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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내인생의영화] 베티블루(37°2 le matin) - 장자끄베넥 (1985)

멜로마니 2013. 8. 9. 16:26

 

 

 

베티블루(37°2 le matin) │ 장자끄베넥(Jean-Jacques Beineix) │ 1985



*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를 아직 안보신 분들은 본 후 읽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

 



 

갈수록 '좋아한다'라는 말에 인색해진다. 어떤 활동이든 '좋아한다'고 말할땐 확실한 근거와 느낌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어떤 음악을 한 번 들었을 때, 영화를 한 번 봤을때, 혹은 어떤 경험을 처음 했을 때 좋다고 표현하는 것은 그다지 정확한 편이 아닌듯하다. 그래서 뭐든 빠져서 여러번 접해본 후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때 '좋다'는 표현을 한다. '좋다'라는 표현도 이렇게 어려운데 '내인생의'라는 수식어가 붙을 때는 정말 신중하게 고민해본다. 아직 '내 인생의 책' 이나 '내 인생의 음악'은 없다. 아직 많이 접하지 못했기에 조급함은 없다. 끊임없이 읽고 들으면 나에게 울림을 주는 무언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영화'의 경우, 난 운좋게 일찍 만났다. 바로 '베티블루'가 그 영화다. 이 영화를 통해 난 여러가지를 얻었고 많은 부분이 변화했다. 그래서 매 번 보고 또 본다.

 

이야기를 하자면 한도 끝도 없기에 딱 3가지만 이야기하고싶다. 베티블루는 인물미, 영상미 그리고 환상미라는 세 가지 큰 테마로 나눠보면 더 즐겁게 볼 수 있다. 먼저 인물미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장악하는 '베티'라는 여주인공. 그녀는 치명적이고 거침없는 여성이다. 남에게 신경쓰지 않고 거리낌없이 옷을 벗는가 하면 부조리를 느낄 땐 미친듯이 분노를 표출한다. 즉,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여자인 셈이다. 이런 그녀 곁엔 '조르그'라는 남자가 있다.  베티의 매력에 빠진 그는 일도 접고 새로운 곳으로 베티와 함께 떠난다. 둘은 마땅한 직업도 없이 그저 친구의 도움을 받아가며 살아가지만 함께해서 행복하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베티가 미쳐가면서 조르그는 그런 그녀를 베개로 질식사 시키기에 이른다.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치명적인 매력과 정열을 가진 베티와 그 곁에서 그녀와 함께하는 조르그의 모습은 하나의 '사랑'이자 '미친짓'이다. 그 나사하나 풀린듯 한 둘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아름다움이 좋다. 그것이 아무리 미친짓이라 해도 '사랑'이란 단 둘의 문제임을, 그렇기에 그 둘만의 세계가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내가 사랑하는 장면 하나 ! 상상임신을 한 베티가 울며 자신의 얼굴에 자학을 할 때, 그런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며 조르그. 그는 자신의 얼굴도 그녀처럼 더럽힌다. 그저 고통을 함께 해주는 것, 그것이 사랑이고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하게 해주는 명장면이다.

 

 

 

두번째로 '영상미'는 영화 전반에 은은하게 드러난다. 영화 초반, 베티와 조르그가 만나 함께 사는 방갈로는 남부 프랑스 특유의 밝음을 느끼게 한다. 실제 베티블루가 촬영된 곳은 남부프랑스 중에서도 스페인과 맞닿아 있는 나르본(Narbonne)과 가까운 Gruissan 해변이다. 햇빛 가득한 지방의 사람들이 즐겨입는 파스텔톤 의상들, 그리고 밝은 핑크톤의 페인트와 끝도없이 펼쳐지는 하늘의 모습은 아름다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감독이 연출하는 장면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는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인물들 뒤에 걸려있는 액자, 벽지, 소품 등을 하나하나를 보고있으면 영화 전체적 톤이 자연스럽게 머리에 그려진다. 이야기를 넘어 영상이라는 방식을 통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에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환상미'는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하나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 인물, 사건은 모두 비현실적이고 과장되어있다. 베티는 극도로 감정을 표출하고 조르그는 그런 그녀와 뜨거운 사랑을 한다. 둘의 이런 극단적 사랑은 환상적으로 다가오면서 끝없이 욕망하는 우리의 무의식적 욕구를 충족시킨다. 즉, 판타지같은 이 둘의 이야기가 모두의 마음속에 하나쯤은 숨어있는 욕망과 욕구를 끊임없이 들춰내는 것이다. 영화 속 베티는 현실을 살지 못하고 끝없는 갈망을 이루지 못한 채 죽는다. 그런 베티가 부러운 건 왜일까, 그리고 그런 그녀를 한없이 안아주고 싶은건 왜일까. 내안에 대립하는 욕망을 끄집어 내준 그녀와 조르그는 그렇게 관객에게 환상적이고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런 영화가 왜 내 인생의 영화냐고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인생의 영화가 확실하다. 이 영화를 보고 '여자'로서의 욕구, '아름다움'에 대한 스스로의 갈망을 만났다. 그리고 처음으로 '프랑스영화'에 빠졌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프랑스영화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고, 불어의 아름다움에 빠져 전공으로 공부하기에 이르렀다. 이 영화 하나로 '프랑스'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난 셈이다. 예술은 스스로를 대면하게 만든다. 나의 무의식을 자꾸 건드려 나라는 사람이 무엇에 끌리는지를 말해준다. 그렇게해서 만난 새로운 세상은 어떤것보다 달콤하고 아름답다. 그게 나에겐 '베티블루'의 세상이다.

 

 

 

 

* Gabriel Yared 의 OST 역시 명작... 여기저기 많이 쓰여 친숙할 수도 있다.

 

OST 中 내가 제일 좋아하는..track 11. C'est Le Vent, Betty  

 

 

출처 : http://www.youtube.com/watch?v=YPgw_iPWDVI&feature=share&list=PL748DEF3FEFC71609

 

그건 바람이야 , 베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