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에르와 장 │ 모파상 │ 정혜용 옮김 │ 창비세계문학 9
'소설' 中
재능은 오랜 인내이다 -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그 누구도 본 적 없고 말한 적 없는 어떤 측면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오래, 그리고 무척 주의해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것 속에는 아직 답사자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있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바라보고 있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우리보다 앞서서 생각했던 것을 기억하면서 우리의 눈을 사용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가장 사소한 것에도 미지의 영역은 조금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발견해내자. 활활 타오르는 불을, 그리고 평원의 나무를 묘사하려면 그 불과 그 나무가 더는 다른 그 어떤 나무와도, 그리고 그 어떤 불과도 닮아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불과 그 나무 앞에 머무르자. 바로 그러한 방식으로 독창성을 갖추게 된다.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는 하나밖에 없으며, 그것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동사도 하나밖에 없으며, 그것을 형용할 형용사도 하나밖에 없다. 따라서 그것들을 발견할 때까지 그 단어, 그 동사, 그 형용사를 찾아다녀야만 하며, 어려움을 피해가려고, 적합하다 할지라도 속임수와 언어의 광대짓에 도움을 받아서는 결코 안된다.
' 삐에르와 장 ' 中
이기주의가 정직의 가면을 쓴 그의 마음속에서는 변장을 한 이해관계들이 총출동하여 투쟁하고 서로 다투고 있었다. 처음에 느꼈던 양심의 가책은 교묘한 논리에 자리를 내줬고, 그 다음에 다시 나타났다가 또다시 사라졌다.
하지만 삐에르가 동료와 헤어져 다시 거리로 나서자 새로운 슬픔이 그를 덮쳤고, 세상의 끝에서부터 와서 바다 위로 퍼져나가는 바다안개처럼, 멀리 떨어진 해로운 대지의 악취나는 숨결인 양 뭔가 신비롭고 불순한 구석이 있는 바다안개처럼, 그를 휘감았다.
그것은 더이상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고통이 아니라 머물 곳 없는 짐승의 불안, 더이상 머리에 일 지붕도 없고, 비, 바람, 뇌우 등 세상의 그 모든 거친 힘이 언제 덮쳐올지 모르는 방랑하는 존재의 물리적 고뇌였다.
* 창비세계문학 시리즈로는 처음 읽어보는 책. 이 책은'삐에르와 장' 이 시작되기 전 ,'소설' 부분을 통해 모파상의 소설론을 살펴볼 수 있어 좋다. 이 부분을 읽어보면 왜 모파상의 작품들이 그렇게 예리하고 깔끔하게 심리를 표현하는지 수긍이 가게 된다. 다음으로 소설 '삐에르와 장'의 경우, 모파상 특유의 디테일한 심리묘사가 세련되게 표현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난 삐에르가 되어있었다. 소설의 이야기를 얼핏 보면 요즘 TV 속 막장드라마와 흡사하지만, 프랑스 항구도시인 '르아브르' 속 인물들의 각기다른 개성이 살아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삐에르'가 동생 '장'이 어머니의 불륜으로 태어난 이복동생임을 알고 충격에 빠져 결국 르아브르를 떠나는 결말은 '가족', '사랑'등과 관련한 작가 모파상의 생각까지 엿볼 수 있게 한다. 읽을 때 5장을 기준으로 이야기, 갈등 등 소설 속 장치들을 대비시킨 것도 참고해서 읽어보면 좋다.
'뭐라도 읽자 > 발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밑줄] 풀밭위의 식사 - 전경린 (0) | 2013.07.31 |
---|---|
[책/발췌] 봉하로 간다 - 명계남 (0) | 2013.07.06 |
[시] 봄길 - 정호승 (0) | 2013.06.25 |
[소설/밑줄]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 전경린 (0) | 2013.06.12 |
[소설/밑줄] 고령화 가족 - 천명관 (0) | 2013.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