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자/단상

[단상] 끊는 용기

멜로마니 2019. 4. 2. 23:47

 

날씨가 좋아 따릉이로 퇴근.

분명 빌리기 전 뒷바퀴도 빵빵한지 만져보고 시트도 확인해봤는데 막상 타보니 불편하고 평소보다 더 힘들었다.

가는 길에 거치대를 발견해 더 좋은 따릉이로 바꿔타니 역시나 힘도 덜들고 쑥쑥 앞으로 잘나갔다.

 

내 병(?)중 하나가 도졌다. 사소한 일에 인생의 의미를 연결시키는 버릇.

 

지금 날 둘러싼 환경이 불행하다고 느껴진다면 처절하게 느끼고 결단을 내려야한다.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우울해하고 자조하며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나는 점수에 맞춰서 간 대학을 자퇴하면서 첫 번째 끊어내기를 경험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고 느끼면 더 잘 어울리는 옷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 한다는 걸 몸소 느낀 경험이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스무살 중반까지 인간관계에서는 그런 경험이 거의 없었다. 늘 맺고 끊음을 힘들어했다. 아닐꺼야, 지금만 참으면 될거야, 시간이 좀 지나면 바뀔거야. 상황이 달라지면 다시 관계가 좋아질거야. 내가 더 노력하면 달라질거야. 늘 그렇게 직면하지 못하고 의미없이 답이 없는 관계를 유예만 시켰다. 그냥 쿨하게 아닌 것들을 버리고 더 좋은 관계를 찾아 나섰으면 됐을텐데. 버린다는게 참 두렵고 힘들었나보다.

 

그래도 그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시절 덕분에 피하지 않고 직시하는 힘이 생겼다. 이건 아니라는 마음의 소리가 조금이라도 들리면 그걸 받아들이고 직면하게됐다. 그래서 나이가 먹을수록 내가 뭘 원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도 구체화 되어가고, 나란 사람을 알아가는게 참 재밌어진다.

 

아니다 싶을땐 단호하게 거부하기, 쿨하게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이 단순한 감각을 익히기 위해 스무살부터 스물 다섯살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징글징글해서 생각하기도 싫은 시절이지만 나름 인생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빛이 어둠이요, 어둠이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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