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나의 힘/영화예찬

[영화/글] 프랑스 일간지 '부산행' 기사

멜로마니 2016. 8. 22. 23:53



부산’, 바이러스 주의

 

리베라시옹(Libération)

2016년 8월 16

Guillaume Tion

 

번역슈겔

 

 

한국의 연상호 감독이 날카로운 대사로 공포영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점점 더 조롱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는 좀비에게 지금은 슬픈 시대다새벽의 황당한 저주(Shaunethe of The Dead), 좀비 애스(Zombie Ass), 좀비랜드(Zombieland)와 같은 영화에서 보듯좀비는 진부한 웃음거리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바로 여기서 한국 감독 연상호는 기존 좀비 영화의 흐름을 바꿔 '부산행'을 훌륭히 만들어냈다바이러스가 퍼진 나라에 좀비가 몰려들면서 한 급행열차가 서울을 떠나게 된다그리고 그 안엔 이혼 소송중인 석우와 그의 딸인 수안이 타고 있다이들의 피 비린내 나는 부산행은 무겁지 않은 톤으로 인간의 나약함을 보다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좀비도 솜씨 좋게 그려낸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데뷔한 연상호 감독은 지난 6월 프랑스 안시(Annecy)에서 소개된 '서울행'과 정치적 좀비 영화인 '부산행'의 감독이다이 영화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마지막 열차 속 기차 칸은 지배계급의 이익 보호와 고립된 인간의 비겁함이라는 두 가지 물음에 집중하는 동시에 감독이 현실 속 인간 군상을 표현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왜 마지막 칸에 타고 있던 생존자들은 칸막이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가어떻게 좀비와 사람을 구분해 낼 수 있는가이러한 일련의 질문은 주인공인 흑인 남성이 결국 인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렇듯 그 시작이 아주 오래된 이 물음은 '부산행'을 뒤흔들 뿐만 아니라 '감기'에서 '곡성'까지 최근 몇 년간 개봉된 한국영화 속 경계에 놓인 작품들을 동요시킨다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경계에 놓인 한국영화들은 불안한 자신의 대본을 지탱할 수 있는 영화 모델을 해외영화의 실루엣 속에서 찾는 듯 보인다.

 

연상호 감독은 세 명의 등장인물(겁먹은 악인타인에 공감하는 선인과묵한 주인공)이 일련의 시련을 헤쳐나간다는 설정을 하는 동시에 야구방망이질과 핵심을 찌르는 대사로 그만의 대답을 내놓는다서로 싸워야만 하는 세 유형의 남성 인물들 속에서좀비 침입 이후 한국의 미래를 상징하는임신부작은 소녀'는 휘청거린다영화가 해부하는 또 다른 대상은 바로 좀비다일반적으로 좀비는 그 원초적 행동으로 짐승처럼 여겨진다영화 '부산행속에서 무더기로 쌓인 좀비들은 하나 하나가 작은 티끌을 연상시키며쇳가루가 자석에 끌리는 것처럼 개체성이 박탈된 파편들이 때때로 한꺼번에 뭉치는 모습도 보인다별안간 관객의 웃음을 빼앗아버리는 끔찍한 송장 한 무리인 셈이다.





프랑스 기사 원문 읽기 : http://next.liberation.fr/cinema/2016/08/16/busan-gare-au-virus_1472817



프랑스 기사 중 '부산행'을 다룬 글이 꽤 많았다.


이 글은 그 중 하나.


봐야지 봐야지 하고 있다가, 이 글을 읽고 지난 주말에 서울극장에서 부산행을 보게됐다.


보면서 올해 최고의 영화임을 직감했다.


이유는 따로 쓴다. 너무 주옥같아서.


2016 최고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