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보자/산

[기록] 소백산 겨울산행 (2015.12.24)

멜로마니 2015. 12. 28. 10:44



목표나 계획을 세우는걸 안좋아하지만,

그래도 소박하게나마 일년 중 꼭 하고싶은 일들을 적어두곤 한다.

그 중 하나가 '한번도 가본 적 없는 새로운 산 가보기'다.

겨울산행에 어디가 좋을까 이곳저곳 찾아봤지만 딱히 땡기는 곳이 없었는데,

12월 초쯤 마르꾸스가 보내준 한 장의 사진을 보고 크리스마스 이브날 꼭 산행을 가리라 결심했다.

바로바로 '소백산'이다.

눈이 많이 내리면 정말 눈이 부실만큼 하얀 산이 참 예쁜 산이라 많은 사람들이 겨울에 이곳을 찾는 것 같다.

처음엔 이브날 올라가서 대피소에서 하루 자고 그 다음날 내려오려 했는데, 계획을 변경해서 당일치기 산행을 한 뒤 크리스마스는 마르꾸스와 휴식을 취했다.



소백산 등산을 하려면 '희방사역'에서 내려야 한다.

새벽 6시 40분쯤 기차를 타고 9시쯤 작은 간이역 '희방사역'에 도착했다.

이 역을 가시는 분들은 꼭 강아지 간식이나 사료를 가져가시길 !!!!

바로바로 귀여운 희방이가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릴때마다 이렇게 반겨주기 때문이다.



귀여운 희방이..

한번도 본적 없는 우리를 이렇게 신나하며 반겨줬다.

얼마나 사람을 잘 따르는지 모두 희방이만 보면 미소를 짓게 된다.



기차역에 내려서 어느 코스로 다녀올지 고민하던 중 택시기사님의 조언을 듣고 희방주차장까지는 택시를 탄 뒤 비로봉으로 가서 비로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결정했다. 그 코스가 가장 무난하고 덜 힘들다고 하셨다. 택시로 이동하면서 택시 기사님인 이순재 기사님께 많은 등산 정보를 듣게됐다. 산을 좋아하시고 많은 산을 가보신 분이라 등산하는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조언을 해주신다. 말씀을 들어보니 아쉽게도 올해엔 11월에 첫눈이 온뒤 한번도 눈이 안와서 가도 눈이 없을거라 하셨다. 다음 겨울 산행땐 꼭 기사님께 전화로 먼저 물어본뒤 등산을 갈 것 같다. (이순재 기사님 번호 : 010-6233-5467) 하얀 설산을 보고싶은 분은 꼭 먼저 전화해서 여쭤보고 가시길 !! 



희방주차장에서 조금만 오르면 희방폭포가 보인다.

겨울인데도 춥다는 느낌보다 시원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때까지만 해도 너무 간만에 산에 와서 몸이 덜 풀려있었다. 폭포에서 조금만 오르면 희방사가 있는데 거기서 약수물을 담아 올라갔다.

빈 페트병 여러개를 가져가서 여기서 물 떠가면 참 좋을 것 같다.



한 두시간 반정도 오르다보니 작은 쉼터가 있어 과자를 먹었다. 과자를 먹는걸 본 이 귀여운 새가 귀신같이 알고 옆으로 다가온다.



과자를 주니 무지 잘먹는다. 자기 친구들까지 데려와서 거하게 맥이고 포식한 새들. 평소에 본 적 없는 얼굴형에 너무 예쁘게 생겨서 신비로웠다.



우리와 새들의 식량과 함께 사진을 찍고



9시 30분 ~ 12시 30분 정도해서 4시간만에 연화봉 도착 !!!!

올라갈때 소백산 칼바람이 뭔지 제대로 느꼈다.

소백산은 나무가 많은 산이 아니라 바람도 많고 뭔가 스산한 느낌이 든다.

산 올라가면서 이렇게 무서웠던건 첨이다. 겨울이라 그런지 더 무서웠다. 바람소리가 무슨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효과음 같았음.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에 나오는 황량하고 스산한 겨울산의 모습과 비슷했다.

천미터 이상으로 올라가면 군데군데 얼음바닥이 많아서 아이젠이 없으면 큰 사고가 날수도 있을 것 같다. 소백산 겨울산행 가시는 분들은 꼭!!!!! 아이젠 챙기시길!!!



정상인 비로봉은 아니지만 연화봉에만 도착해도 주변에 하늘, 구름, 산밖에 안보인다.



첨엔 추운것도 못느끼고 사진 무지 찍었다.



연화봉에서 보면 주변이 온통 다 산이다.



이브날엔 사람도 없어서 편하게 사진을 찍었다.



사진찍다 배고파서 대피소 같아 보이는 곳으로 이동. 하지만 대피소가 아닌 천문대였다. 나중에 택시기사님께 여쭤보니 대피소는 비로봉쪽으로 엄청 더 가야 있었다.



결국 대피소 찾는데 실패하고 천문대 건물 한 귀퉁이에서 라면을 끓여먹은 우리.

안걸리게 먹으려고 눈치보면서 조용히 모든걸 실행에 옮겼다.

역시 사람은 죄짓고 살면 안된다. 너무 춥고 배고파서 이곳에 터를 잡았지만 먹고 다 치울때까지 마음이 편치 못했다.



정말 다시봐도 초라한 모습.



그렇게 눈치보며 끓인 라면으로 점심을 해치웠다.

춥고 걸릴까 무서워서 무슨맛인지도 모르고 막 먹은 것 같다.

그래도 꿀맛이었다.



대피소가 어딨는지 몰라서 어쩔수없이 취사했습니다..

앞으로는 정말 안그럴게요ㅠㅜ



내려오는건 한 두시간정도 걸린 것 같다. 기차가 4시 19분에 있어서 혹시 놓칠까봐 올라왔던 희방사 코스로 다시 내려갔다.



택시기사님이 희방사역에 내려주시고 역에오니 희방이가 있다.



그치만 희방사역에 희방이만 있는게 아니다.

바로 풍삼이가 있다.

풍삼이는 생긴것처럼 까칠하고 무서운 아이다. 사람이 지나가기만 해도 엄청 짖고 으르렁댄다.

우리한테도 계속 짖어대고 계속 쳐다봐서 무서웠다.



계속 감시하는것처럼 우릴 지켜봤던 풍삼이..

그렇지만 반전이 있었다,



우릴 감시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우리와 눈을 마주치곤 친해지고싶었나보다.

다시 돌아가는 기차를 탈땐 안짖고 꼬리를 흔들어줬다.

이런 착한 아이를 의심했다니..

미안해 풍삼아... 다음에 갈땐 사료 마니 가져갈게...



기차 탈때까지 열심히 꼬리 흔들어준 희방이..

이 귀염둥이 보고싶어서라도 다음에 또 올거같다.



기차타고선 넉다운.. 그래도 앉아서 와서 편했다.



기사님은 봄, 가을에 오는걸 추천해주셨는데 난 여름에 한번 와보고싶다. 여름에 오면 녹음이 짙어서 능선탈때 참 이쁠 것 같다. 겨울엔 흰눈이 쌓였을때 다시 한 번 와보고싶다. 이번에 비로봉에 못갔으니 내년엔 비로봉까지 도전! 

여튼 이번에 느낀건, 소백산은 나무가 생각보다 없어서 칼바람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 흰눈 가득한 설산을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연화봉에서 바라본 하늘과 산맥의 모습들은 멋졌다.

희방이 풍삼이 보러 또 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