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보자/마르꾸스와 나

[기록] 함께 선 천왕봉!

멜로마니 2015. 6. 23. 20:33



마르꾸스와 어제 새벽, 천왕봉에 올랐고 함께 일출을 마주했다. 지리산은 올해 세번째지만 일출을 본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매번 하늘이 흐려서 이번에는 아예 기대도 안하고 갔는데 새벽부터 하늘엔 별이 가득했고 일출 시간이 되니 거짓말처럼 빨간 해가 하늘에 나타났다. 그리고 괜시리 울컥해 눈물이 났다. 모든게 내려다 보이는 높은 곳에서 떠오르는 해를 본다는 것, 그리고 함께 이런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게 감동이었다. 


여러모로 힘든 산행이었다. 백무동으로 가는 길에 생리가 터졌고 그때부터 괜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백무동으로 올라가는게 처음이라 걱정이 되기도 했고 등산 전 점심을 먹을땐 살짝 비도 내려서 여러모로 신경이 쓰였다. 불안한 마음은 첫째날 목표인 장터목 대피소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몸 상태가 별로인 상황에서 새벽 세시에 일어나 천왕봉을 오를 수 있을지 자꾸 불안했다. 지리산에 처음 온 마르꾸스에게 이런 걱정을 보이면 안될것같아 말하지 않았지만 하루를 꼬박 걱정과 불안속에 보낸 것 같다.


그래서일까. 다음날 새벽 무사히 천왕봉에 다녀왔고 기대하지도 않게 일출까지 보고왔다. 몸이 좋지 않아 예정과 달리 대성골 쪽으로 내려가지 못했지만 다시 백무동으로 별탈없이 잘 내려올 수 있었다. 올해엔 대성골 분들을 만나뵙지 못해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하지만 그래서 마르꾸스와 난 다시 지리산에 가기로 약속했다. 


내가 처음 지리산을 만났을때의 감동을 마르꾸스도 느꼈을지 궁금하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함께 산을 오르며 산내음도 가득 느끼고 초록빛 세상을 바라봤다. 하늘과 닿아있는 장터목 대피소에서 맛있는 식사도 해먹고 함께 별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서 야간산행을 했다. 잠도 부족하고 컨디션도 최악인 상황에서도 계속 웃음이 나고 즐거웠던건 마르꾸스와 함께했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지리산 산행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많은걸 배웠기 때문이다. 여러 악재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 하면 된다는 것을 알았고, 힘이 들고 지쳐 쉬어갈땐 잠깐 쉬더라도 계속해서 가야한다는걸 알았다. 머리속으로 생각만 많을 땐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고, 진짜 무언가가 이뤄질땐 생각이 아닌 '행동'에 의해 실현된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산에서 내려와선 정신을 놓은채 마르꾸스에게 '우리가 정말 천왕봉에 갔다온게 맞아?'라고 연신 물어봤다. 그렇게 물어볼때면 마르꾸스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분명 다녀온게 맞는데 아직도 1박2일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럴때마다 함께 찍었던 사진을 보며 웃는다. 앞으로도 천왕봉에서 함께 일출을 본게 믿겨지지 않을 때마다 사진을 보며 웃을것만 같다.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 마르꾸스가 또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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