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죽음이 이에 해당한다. 일상에 치이고 먹고 사는게 바쁘다고 핑계를 대봐도 죽음 앞에선 그 모든게 무의미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을 떠나는건 때때로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다. 그래서 뒤늦게서야 평소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자신을 탓하게 된다. 이때 느끼는 후회와 아픔은 평생에 걸쳐 남겨진 이를 두고두고 괴롭힌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엔 어떨까. 만약 충분히 구조될 수 있는 사고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어쩔수 없이 죽음을 맞았다면? 그것도 정부의 무능함으로 몇날 몇일을 아무것도 못한채 죽어가는걸 하염없이 바라봐야 했다면? 결국 실종자가 사망자가 되어서 내 품으로 돌아왔다면 말이다. 죽음을 마주하는걸 넘어 방관과 거짓말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던 그 고통은 누가 대신해줄 수 있을까. 인생은 고통이라지만 이런 고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세월호 침몰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되돌릴 수 없는 사건이 가진 고통을 처절하게 보여줬다. 물론 한국은 지금까지 많은 대형 참사를 겪어왔다. 그때마다 우린 주먹구구식 대책을 마련했고 먹고살기에 바빠 "나만 아니면 좋겠다"고 위안하며 적당히 고통과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왔다. 정치는 내 삶과 관계가 별로 없기에 새누리당을 뽑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소리에 이명박 대통령을 뽑았다. 그렇게 대통령이 된 그는 경제 이윤을 따져가며 선박규제를 풀었고 노후한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 수백명이 어이없는 죽음을 맞았다. 여기엔 무책임한 선장, 애초에 승객들을 구조할 생각도 없었던 해경, 그리고 어떻게 구조하는지 방법도 모른채 우왕좌왕 하면서 언론플레이만 하던 박근혜 정부가 모두 합세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사건이다. 어긋나있던 사회의 모든 부분들이 모여 만들어낸 최악의 사건이다.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 세월호 침몰은 우리나라의 미래이며 희망인 아이들을 앗아갔다. 가장 행복해야 할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채 죽음을 맞았다. 펴보지도 못한 꽃들을 앗아간 이 사건은 역사속에서 단순히 사고로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앞으로 있을 각종 재난에서 정부의 무능함을 암시해주기 때문이다. 다시 세월호와 같은 사고가 난다면 정부가 생존자를 구하러 올까? 대규모 참사가 일어났을 때 국가는 돈보다 사람의 목숨을 중시할까? 난 아니라고 본다. 앞으로 보수정권이 계속 집권하는 한 국민의 안전은 스스로가 지켜내야 하는 의무가 되고 삶의 불안과 트라우마는 계속 우릴 괴롭힐 것이다. 아이들이 물이 차오르는 순간 느꼈을 그 고통을 한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안고 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처절히 마주해야 한다. 부당한 사회를 바꿀 수 있도록 끝까지 기억하고 나서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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