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자/단상

[단상] 사랑은 촉각?

멜로마니 2015. 4. 14. 20:20




사랑은 촉각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마르꾸스를 만날때면 떨어져 있는 법이 없다. 손을 꼭 잡는건 기본이고 온몸을 서슴치않고(?) 만지게 된다. 이상야릇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마르꾸스와 스킨쉽을 할때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를 떠올렸을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바로 만졌을때 그 촉각이다. 그의 보들보들하고 부드러운 촉감이 생각날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포근해진다. 그리고 보고싶고 그리워진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촉각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마르꾸스를 제외하고 평소에 스킨쉽을 가지는 사람이 거의 없다. 초롱이를 어루만져주거나 가족들과 뜻하지 않게 하는 스킨쉽(등을 긁어주거나 발마사지를 해줄때) 혹은 친구 어깨를 툭 치거나 팔짱을 낄때가 전부다. 그래서 애정이 있어야 접촉에 부담감이 없고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 그리고 서로 스킨쉽을 통해 위안과 사랑을 받는다는걸 알게됐다. 


지난해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가 생각이난다. 외할머니를 깨끗이 씻겨드리고 관에 넣은 뒤 마지막으로 인사를 할 때였다. 그때 할아버지, 엄마, 이모들 그리고 삼촌들은 모두 차가워진 할머니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울었다. 난 그때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하나밖에 없는 내 외할머니인데도 그저 방관자처럼 지켜만봤다. 그래서 그때 알았다.  난 할머니를 머리로만 사랑한다는걸. 그리고 진짜 사랑한다면 아무 생각없이 그저 꼬옥 안아줄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죽어서 차가워진 몸이어도 그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처럼 이핑계 저핑계 대가며 접촉하는걸 꺼리는건 그만큼 애정이 부족하다는 뜻일테다.


결국 사랑은 촉각이다. 지금 날 제일 많이 만져주는 사람, 그리고 내가 제일 많이 만지고 싶은 사람이 누군지 떠올려보자. 그게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고양이가 될 수도 있고 식물이 될 수도 있다. 엉겁결에 만진 보드라운 흙이 위안을 줄 수도 있다. 접촉을 통해 무감각에서 벗어나 감각을 되찾는 것, 그것이 인간다운 삶의 기본이 된다. 그렇기에 촉각은 아주 소중한 감각이라 할 수 있다. 타인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방법, 애정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촉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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