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보자/마르꾸스와 나

[기록] 함께 맞는 가을

멜로마니 2014. 10. 5. 18:38




벌써 가을이다. 우리가 봄에 만났으니 세번째로 맞는 계절이다. 참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별일없이 편하게 시간이 흘렀던 것 같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억지로 의무로 만난 적이 없다. 바쁠땐 그저 연락하고 이야기 나누는걸로 아쉬움을 달랬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함께 시간을 보냈다. 꼭 뭘 해야겠다는 데이트 강박증도 없었다. 남들은 항상 하는 쇼핑이나 영화관 데이트는 거의 한 적이 없다. 그보단 그때그때 하고싶은 걸 이야기를 나누고 그걸 함께 했다. 오로지 우리가 원하는 걸 하는 시간들이다. 그래서 한순간 한순간이 마음 속에 남아있다. 친한 지인들을 소개하고 함께 시간 보내기, 좋아하는 강연이나 공연 함께 가기, 등산 후 식사를 하거나 목욕탕 가기, 함께 맥주를 마시고 이야기 나누기, 서로 좋아하는 요리 해주기 등 함께하는 시간 만큼은 최고로 멋진 시간을 보낸다. 


금요일엔 가을 햇살이 참 좋아 상암동에 다녀왔다. 서울에선 공원을 찾는게 쉬운일이 아닌지라 참 간만에 공원에서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마르꾸스와 함께 공원을 걸으며 참 행복했다. 지치고 피곤했던 마음도 공원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니 눈녹듯 녹아내렸다. 눈이 즐거운 풍경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바라보는건 더없이 감사한 순간이다. 


한 강연에서 김창옥 교수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소통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말. 그만큼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뜻이리라. 나역시 그런 시간들이 있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의 노예가 되어 갇힌 인생을 살땐 계절이 변하는걸 오히려 두려워했다. 그조차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거리로 다가왔으니까. 어떻게 그런 사람이 현재를 느끼고 그 순간을 음미할 수 있을까. 지금이 아닌 미래에 인생의 황금기가 나타날거라고 착각하는 사람에게 현재는 보이지 않는다. 미래에 저당잡혀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그리고 느끼지 못한다면 행복은 언제나 잡을 수 없는 존재가 된다. 그러니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돌아봐야 한다. 내가 보는 세상 그리고 사람은 누구인지를.


함께 맞는 우리의 첫 가을 ! 뭐든 처음이라는건 큰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이번 가을은 더욱 내 마음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맛난 김밥을 싸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맛있게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손잡고 걷기만 해도 행복한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