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같다. 너무나 행복했던 여행이 끝나 서울로 돌아왔다는게 꿈만같다. 함께 야간버스를 타고 남해에 내려간 수요일부터 오늘 오전까지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행복했다.
꼬박 4일이 넘는 시간을 마르꾸스와 24시간 함께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붙어서 여행을 다닌건 처음이다. 도보여행이기 때문에 어려움도 많고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그순간조차 함께이기에 행복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세상을 함께 보고 누린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이번 여행을 통해 느꼈다. 걸을때마다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경을 보고 함께 행복해하고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녹초가 되어 맛있는 식사를 먹을때도 함께여서 더 맛있고 행복했다. 그곳의 풍경들, 사람들, 그 모든 것들이 우리와 만나 특별함을 만들었다. 이건 분명 '우리'만이 할 수 있던 여행이었다.
잊지못할 행복한 여행이 될 수 있었던건 마르꾸스라는 멋진 남자 덕분이다. 난 그간 알지 못했던 마르꾸스의 새로운 모습들을 도보여행동안 알게됐다. 그는 한마디로 '강건한' 사람이다. 마르꾸스는 진흙투성이 흙길에 새신발이 엉망이 되고 쏟아지는 빗속을 걸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 또 나와는 달리 산을 넘을때도 짜증한번 내지 않고 부리나케 올라간다.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났을 때에도 가볍고 시원하게 넘어가는 특유의 능력이 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때에도 언제든 편하게 다가갈 줄 알고 먼저 손을 내밀 줄 안다. 작은 식물, 곤충들에도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며 넉살도 있고 유머도 넘쳐나 걷는 길 내내 웃음꽃이 가득했다. 즐거웠던 기억만 가득할 수 있는건 마르꾸스라는 사람 덕분인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모든게 정해지지 않은 여행이었기에 우린 맘껏 자유를 누렸다. 그리고 난 4일동안 어떤 생각도 하지 않고 온통 '남해'라는 세상에만 빠져있었다. 그래서일까. 서울에 오는 버스안에서 다시 생각이 복잡해졌고 다시 돌아올 일상에 답답함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새롭게 하고싶은 것들도 생겨났고 다시 목표한바를 이룰 수 있는 에너지도 남해에서 가득 담아왔다. 온 일생처럼 느껴진 4일간 몸은 고단했지만 아름다운 풍경에 눈이 즐거웠고 시원한 바람소리와 바다소리로 귀가 즐거웠다. 마르꾸스와 함께 잡은 손, 시원한 바닷물에 손발이 행복했고 고단함과 배고픔을 채워주는 음식들에 입이 호강한 날들이었다. 무엇보다 4일내내 둘만의 세상에서 행복한 이야기만 했던 우리만의 시간이 있었다는게 가장 좋다. 걷다가도 황홀한 풍경을 만나면 멈춰서 함께 사진도 마음껏 찍고 아무데나 자리를 잡고 이야기도 나눴다. 우리 둘만의 세상 속 둘만의 시간이었으니 특별하고 행복할 수 밖에! 마르꾸스와 난 또 이렇게 둘만의 경험이 보태어졌다. 행복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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