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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한겨레] 르포 / ‘분신’ 이남종씨 흔적을 찾아 (죽기 하루 전 직원들 월급을 챙겨놓다)

멜로마니 2014. 1. 25. 18:05



기사 읽기 : http://www.hani.co.kr/arti/SERIES/396/621330.html




..발밑에는 땔감으로도 쓰이는 벽돌 모양의 톱밥이 쌓여 있었다. 한 손에 라이터를 쥔 채 “박근혜 사퇴”를 외치던 남종씨는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져 오자 불을 댕겼다. 순식간에 치솟은 불길은 3분 만에 진화됐다. 하지만 이미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은 그는 영등포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다음날 오전 8시 끝내 숨졌다. 현장에 남아 있던 유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총칼 없이 이룬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전복한 쿠데타 정부입니다. (중략) 모든 두려움을 불태우겠습니다. 두려움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


..사건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30일에는 남종씨로부터 의아한 연락을 받기도 했다. 매장 금고 안에 월급을 넣어뒀다는 것이었다. 원래 지급일보다 보름이나 앞선 날이었다. 그는 “연말이라 일찍 정산한 줄 알았는데, 자신이 그렇게 갈 것을 알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미리 월급을 지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종씨는 다른 직원과 교대를 할 때면 공지사항이나 인수인계할 부분을 꼼꼼하게 메모해 두곤 했는데 일하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아직 유품이 정리되지 않은 그의 방 안 좌식 책상에는 책 한권이 놓여 있었다. 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이동하의 에세이집 <홀로 가는 사람은 자유롭다>였다. 홀로 가는 자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밀고 나갈 자유와, 내가 아니면 아무도 하지 못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의식의 기쁨을 선물로 받는다. 에세이집 내용 가운데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