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읽기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19386.html
.. 허, 참 이상하다. 이렇게 많은 것을 누린 사람도 결국엔 인생무상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부귀공명도 세월의 덧없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인가? 그토록 지고한 쾌락도 이 무상감 앞에선 한낱 먼지에 불과하단 뜻인가? 그렇다. 여기가 바로 <구운몽>의 하이라이트다. 부귀를 이루기 위해 사람들은 참으로 많은 것을 희생시킨다. 청춘도 휴식도 우정도 지성도. 그런데 그 부귀의 절정에는 무엇이 있는가? 주색잡기와 인생무상! 허, 이런 허무할 데가! 그럼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인생은 허무한 것이니 쾌락이라도 실컷 누리고 싶다고. 지난 10년 동안 버블경제가 사람들의 영혼에 심어준 한바탕 꿈이다. 그런데 잠깐! 이 명제에는 아주 치명적인 모순이 담겨 있다. 인생과 쾌락을 등가화해버리는 것이 그것이다. 모두가 부귀와 쾌락을 향해 달려가다 보니 삶이 오직 그것뿐이라는 전도망상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고는 이렇게 외쳐댄다. 인생은 허무하다고, 세상은 참으로 덧없다고. 하지만 덧없는 건 인생 자체가 아니라 부귀공명과 쾌락의 꿈이 아닐까?..
..쾌락의 절정에서 깊은 허무와 마주한 양소유는 다시 성진으로 돌아간다. 성진은 말한다. 이제 비로소 꿈에서 깨어났다고. 이어지는 육관대사의 호통. “네가 꿈과 세상일을 나누어 둘로 갈라보니 네 꿈이 아직도 깨지 못하였도다.” 이건 또 뭔 반전인가? 삶과 꿈이 다르지 않다고? 보통 인생이 한바탕 꿈이라고 할 때 여기서 ‘꿈’은 삶을 온통 부정하는 벡터가 된다. 불교가 종종 허무주의로 간주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서도 밝혔듯이 허무한 건 삶이 아니라 쾌락에 종속된 그 헛된 망상들일 뿐이다. 하지만 인간이 꿀 수 있는 꿈은 실로 무한하다. 부귀영화라는 꿈에서만 깨어날 수 있다면 아주 특이하고 생생한 꿈들이 꿈틀거릴 것이다. 서로 다른 꿈들의 향연, 그것이 곧 인생이다. 삶과 꿈이 둘이 아니라는 건 이런 의미이리라..
..갑오년은 푸른 말, 곧 ‘청마’의 해다. 간지력에서 ‘갑’은 새로운 10년의 출발을 의미한다. 지난 10년을 지배한 헛된 꿈과 망상은 가차없이 흘려보내고 아주 낯설고 새로운 꿈의 형식을 창조할 때다. 세월의 흐름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지 않을 그런 꿈들로 매일매일 인생의 ‘진맛’을 누리시길!..
* 한겨레에선 월요일마다 '내 서재 속 고전'이라는 칼럼이 나온다.
월요일판 한겨레를 특히 챙겨보는 건 신간 소식부터 인문학자들의 책이야기까지 책에 관련한 다양한 글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강신주 철학자의 글에 이어 고미숙님의 글을 읽으며 또한번 나를 돌아봤다. 빠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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