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원문 읽기 :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620252.html
.. 나는 주제보다는 이야기 자체로 대중과 소통하는 데에 관심이 많다. 난 모든 이야기가 언론적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카프카 식으로 표현을 한다면 작가의 역할은 ‘얼음호수를 내려찍는 얼음도끼’와 같다. 쩍 내려치면 얼음바다가 깨지지는 않지만 안에 있는 고기들이 그 소리를 듣고 ‘저건 뭐지?’ 하고 쳐다볼 것이다. 그렇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게 작가의 임무다..
..내가 볼 때, 우린 찌질한 게 아니라 피곤한 거다. 나폴레옹이 말하기를 ‘보통 사람과 영웅의 차이는 5분’이라고 했다. 보통 사람이 5분 더 용감하면 영웅이 된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는, 한번 삐끗해서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기 힘든 구조다. 그러다 보니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그러느라 피곤에 지쳐버린다. 비겁해서 외면한다기보다는 피곤해서 더 이상 어떻게 반응하기가 힘든 거다. 피곤이 가져온 마비라고나 할까. 마비만 풀어내면 다시 달릴 수 있다고 본다. 5분 차이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인데 왜 국민이 리더를 못 찾고 있을까. 노무현이라는 한 개인을 대선후보로 만든 게 누군가? 그 사람이 엄청난 영웅이어서가 아니다. 그때 그를 리더로 만든 건 국민이었다. 리더가 없다는 건 국민들이 눈에 불을 켜고, 주인 된 마음으로 찾지 못한 탓이 아닐까..
..80년대를 살아온 분들한테는 순결에 대한 묘한 정서가 있는 것 같다. ‘네가 그런 말할 자격 있어?’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입을 닫게 만드는…. 난 거꾸로 생각한다. 우리가 욕할 때 ‘걸레’라는 말을 쓰는데, 걸레만큼 좋은 게 없다. 더러워지면 다시 깨끗하게 빨아서 쓰고 또 더러운 걸 닦는다. 목욕은 좋은 단어라고 하면서 걸레를 빠는 건 왜 나쁘게 생각하나. 중광 스님은 본인을 걸레로 불러 달라고 하지 않나. 예를 들어 아버지가 80년대 그런 마인드를 갖고 있다가 사는 게 바빠서 잠깐 잊었어, 하지만 다시 영화를 보고 깨끗해지셨다면 다시 빨고 아들딸이랑 얘기해볼 수 있는 거지…. 빨 용기가 없는 건지? 오히려 그게 문제다. 방바닥을 닦아 더러워졌다면 화장실로 빨리 가서 빨고 다시 오셔야지. 또 닦아야지. 그래서 문제는 찌질함이 아니라 피곤함이라는 거다. 닦지 않는 거, 빨지 않는 거. 결국 우리는 피곤과 싸우는 거다. 어떤 이념의 순수성보다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지치지 않는 삶의 태도..
..송강호 선배에게 한 초년병 기자가 물었단다. ‘배우란 무엇인가?’ 그 대답이 이랬다고 한다. 배우란 ‘우리가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주는 직업’이다. 송우석 변호사는, 그 모티프가 되는 노무현 대통령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잃어버린 얼굴이기도 하다. 내가 웃고 슬퍼하고 화내고 했던 것들이 있는데, 어느 순간 피곤에 찌들면서 잊어버린 거다. 배우는 그걸 적극적으로 표현해 준 거고. 타자의 얼굴이 아니고 우리 안에 있는, 우리가 언젠가 잃어버린 얼굴, 그게 송우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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