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 그런데
수없이 이 길을 지나다녔음에도 십년 넘게 보지 못했던 것이 있다. 바로 북한산이다. 스물 여섯살 이전엔 한번도 저 산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본 적이 없다. 북한산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건 산을 좋아하기 시작했을때부터였다.
사람이라는 동물은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한다. 보고싶은것만 본다. 산이 좋으면
산이 보이고 강아지가 좋으면 길에 있는 강아지가 유난히 잘 보인다. 관심 없는 것은 아무리
봐도 안보이는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바꿔 말하면 아는 만큼, 좋아하는
만큼 보이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다.
북한산 능선을 멀리서
볼 때마다 여러 생각을 해본다. 서울이 난개발이 되지 않고 서로 크기가 비슷한 낮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면 어디서 봐도 산의 모습이 참 멋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고층 건물들이 빽빽한 서울에선 산이 가려져 있어 그 모습을
찾기 힘들다. 멋진 산들은 많이 있지만 도시가 품어낼 능력이 없다.
생에서 산을 만나버린
사람들은 돌이킬수 없는 변화를 겪게 된다. 어딜가든 '산'이 가장 먼저 보이는 경험이다. 왜일까. 난 산이 가진 신비로움에 있다고 본다. 산을 보고 있으면 말이 사라진다. 그리고 겸허해진다. 자연을 마주하라고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는 기분도 든다. 볼수록 감사하고 보고싶어지는 존재가 산이다. 날 언제나 지켜주고 안아줄 것 같은 든든한 후원자다.
8월이 가기전 북한산을 만나고 올것이다. 이번에 가게 되면 1년만에 가는 북한산이다. 또 어떤 모습으로 그곳에 있을지 궁금하고 설렌다. 매일 횡단보도를 건너며 북한산을 볼때면, 산이 날 열심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빨리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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