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 / 최기종
아이들의 꿈에는
도무지 땀 흘리는 게 없다.
땡볕에서 얼굴이 시꺼멓게 타는 건
도무지 체면이 서지 않는다고
손에 물을 묻히거나 기름밥 먹는 건
작업복 걸치고 먼지 뒤집어쓰는 건
도무지 격에 맞지 않는다고
농부가 되고 어부가 되고 화부가 되는 꿈
석공이 되고 목수가 되고 잡역부가 되는 꿈
도무지 돈이 되지 않는다고
그래도
의사가 되거나 법관이 되거나
책상에 앉아서 펜대를 굴리거나
아이들의 꿈에는
도무지 흙을 묻히는 게 없다.
도무지 함께 가는 게 없다.
밑바닥이 되는 꿈
다리가 되고 허리가 되는 꿈
세상을 눈물로 색칠하는
노동자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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