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쓰자/단상

[단상] 와닿음의 미학

멜로마니 2014. 3. 24. 23:19



와 닿는 순간..!! 



이렇게 말하면 너무 남루하지만, 2013년 전엔 무언가가 와 닿은 기억이 거의 없다. 항상 뭔가를 하고싶다는 갈증이 있긴 했지만 의무감 아닌 의무감에 휩싸여 뭘 제대로 느낀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럴듯하게 있어보이려 책을 읽는 척 했고 예술 영화를 보는 척 했으며 착한 여자로 보이고 싶어서 봉사활동을 하고 친구가 많은 존재란걸 자랑하기 위해 쉴새없이 사람들을 만났다. 그렇지만 그랬던 기억들 속에 남는건 쓸쓸함 뿐이었다. 심지어 그 당시에도 그런것들의 허무함과 쓸쓸함을 느꼈었다. 물론 이유는 잘 몰랐다. 왜 나는 뭔가를 해도 허전하지? 왜 난 누굴 만나도 피곤하기만 하지? 그런 생각들만 했었다.


그랬던 내 허상이 와르르 무너진게 2013년이었다. 처음엔 그냥 좀 솔직해지자, 그거였었다. 남들이 바라보는 나 말고, 내가 원하는것들을 해보자. 그 작은것에서 출발했다. 근데 굉장히 어려웠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일때, 다시 말해 나를 제외한 모두가 손가락질 하는 것들일땐 이상한 죄책감에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 연습을 하다보니 조금씩 내가 만들어왔던 가짜 모습들이 부서졌다. 사실은 내가 원하는 것도 아닌데 남들 눈에 있어보이려 몸부림쳤던 것들이 이젠 너무나 또렷이 보인다. 그리고 이젠 내가 나의 가치관이라 착각했던 사회적 통념들을 부수고 새롭게 날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진짜 '공부'가 필요하다고 본다.


일단 사회적 통념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난 내 인생을 지배해온 관념들이 뭐였는지를 알기 위해서 공부가 필요했다. 혼자하는건 때론 힘들고 버거우니까, 그때마다 강연도 듣고 마음맞는 친구도 찾아서 책을 함께 읽었다. 아직도 이건 진행형이지만 이부분에서 '와닿음의 미학'이 제대로 느껴졌다. 지금껏 맑시즘이니 자본주의니했던 관념들은 다 허상이었구나.. 진짜 내 피부에 와닿는건 이렇게 정말 뭔가를 알아야만 할때 제대로 다가오는구나.. 라고 느꼈다. 20살,21살때 허영에 젖어 읽었던 책들은 기억조차 안나지만 지금 매일밤 자기전 읽는 니체의 책은 그 문장 하나하나가 강하게 울린다. 그리고 그렇게 강렬한 책을 만날 때마다 난 혼자가 아니란 걸 느낀다.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는건 나 뿐만이 아니었어.. 라고 생각하며 든든한 지원군들을 얻은 느낌도 든다.


날 만들어온 구조적 환경을 찬찬히 뜯어보는 동시에 난 내 개인의 문제에도 골몰하고 있다. 사적인 이야기지만 작년부터 가지고 있는 고통이 너무나 크기에 지금도 난 쉴새없이 나같은 사람을 찾아 헤매고 무언가를 한다. 이 역시 공부를 하기 전엔 고통의 이유를 알지 못했다. 오히려 왜 나만 이렇게 고통스러울까라는 원망만 했고 후회만 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오히려 그 고통으로 수많은 것들이 와닿기 시작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고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선을 읽으며 나인것만 같은 모습에 씁쓸함을 느꼈다. 사랑할수록 그 고통은 크다는 것, 사랑을 하기 위해선 홀로 서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단순히 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기만 했다면 내면적으로 정리가 안된채 또 의미없는 반복을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젠 그 고통이 뭐였는지. 그리고 난 이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를 알게됐다. 이제야 사랑을 이야기하는 문학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내 이야기처럼 와닿게 됐다.


그래서 와 닿음을 느낀다는건 삶을 꽉 잡을때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충 그럭저럭 살땐 책도, 영화도, 사람도 그냥 적당히 만나고 느낀다. 하지만 어떤 경험을 통해 강렬한 무언가를 느꼈다면? 그게 고통이던 사랑이던 너무나 강렬해 궁금증이 폭발한다면? 우린 끊임없이 그 이유를 찾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더이상 심심풀이를 위해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간절한만큼 알게되고 그렇게 될 때 날 더 알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날 알게 될 때 그 보편성을 공유하는 세상과 사람이 보이니까. 그래서 뭔가가 와닿기 시작했다는 건 고통도 안을만큼 스스로가 성장했음을 의미하는게 아닐까. 더 많은 와닿음을 위해, 열심히 느끼며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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