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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올해 가장 슬펐던 일

멜로마니 2016. 12. 31. 22:47






올해 가장 슬펐던 일은, 코미치와 이별한 일이다. 지난 봄, 갑작스레 코미치 언니, 오빠가 까페를 그만한다고 하셨다. 너무 놀랐다. 몇년동안 정을 나누고 그곳에서 위로와 힘을 얻었는데, 갑자기 그만두신다니 내가 다 막막했다. 그때 코미치는 몰려드는 사람으로 정신이 없었다. 코미치의 맛깔나는 메뉴들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자리를 잡기 힘들 정도로 핫플레이스가 되어있었다. 난 그렇게 코미치가 잘되니 마치 내 일처럼 기뻤었다. 두분이 정성스레 준비하는 음식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게 기뻤다. 그런데 그때 두 분은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있었나보다. 쏟아지는 새로운 손님들 때문에 오히려 단골들이 방문을 못하는게 마음이 쓰이셨나보다. 이런 정직한 마음으로 까페를 하시는 분들이 또 어디있을까. 생각해보면 코미치 언니, 오빠를 만난건 정말 소중하고 소중한 인연이다. 어디에서도 만나기 힘든 보석같은 분들.


아직도 기억난다. 코미치에서 마지막으로 식사한 그날을. 공교롭게도 나와 마르꾸스가 코미치의 마지막 손님이었다. 코미치 언니가 정성을 다해 써주신 편지를 읽고 얼마나 오열했는지 모른다. 그때 그 음식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맛있게 두 분이 만들어주신 음식과 음료를 먹었다. 내가 그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그게 최선이었다. 음식을 먹으며 코미치를 처음 왔던 순간도 생각하고 작은 추억거리들도 떠올렸다. 그러니 더 눈물이 차올랐다. 남들이 보면 음식을 먹으며 우는 내 모습이 궁상맞아 보였겠지만, 그날은 나에게 가장 슬픈 날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위안을 삼는게 있다. 코미치 언니, 오빠는 다시 또 어디에선가 두 분만의 손맛과 따뜻한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어 주실 것이라 믿는다. 두 분이 새롭게 문을 열게 된다면 난 그곳을 주저없이 찾아갈 것이다. 코미치를 통해 정성이 담긴 음식과 정을 나누는 최초의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은 따뜻했고 포근했다. 그래서 앞으로의 인생에서도 두 분과의 인연을 소중히 지켜나가고 싶다. 코미치 언니, 오빠!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매일 기도해요. 두분이 만들어낸 코미치는 하나의 예술작품이었어요. 또 다시 그런 멋진 공간을 만들어주시길 소망해봅니다. 새해에도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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